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에 대한 아쉬운 감정을 말투와 표정, 행동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냈다. 발언 중간에는 크게 한숨을 내쉬며 지긋이 눈을 감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의 하소연은 회의가 끝난 뒤에도 계속 이어졌다. 그는 회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과 만나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관련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나는 쓸개까지 빼놓고 야당을 국정의 한 축으로 존중하면서 1·2차 합의문을 만들어낸 것인데 그게 무참히 깨져버리니 얼마나 마음이 상하겠나."
이 원내대표의 '하소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자 이 원내대표는 오전·오후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기자들과 만나 "나라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공개발언에서 감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빈도수도 높아졌다. 원론적인 발언을 주로 내놓았던 취임 초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이 원내대표가 '하소연 정치'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일단 그가 '원칙주의자'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 당시 충남도지사를 할 때 정권의 세종시 수정안 추진 방침에 반발해 지사직을 던졌다. 자신의 원칙과 기준에 맞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정국에서는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과거 지사직을 던질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대로 여야 대치가 지속되면 청와대와 정부가 요청하는 민생·경제법 처리는 무한정 표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원칙과 다른 요구를 하고 있는 야당을 어떻게든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의 한 원내관계자는 "자민련 출신으로 지역정치를 하다가 오랜만에 국회에 돌아온 이 원내대표는 아직 세력을 만들지 못했다"며 "청와대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어 감정적 표현을 통해 진심을 알리고자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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