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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산책/2월28일] 과거의 상처 보듬고 나아가자

아픈 역사도 성장의 디딤돌<br>황실문화 등 옛것 바로 알려야

얼마 전 TV 아침마당 프로그램에서 조선의 마지막 황손 이석 선생의 '아! 숭례문'을 들었다. 그 노래는 감동적이었고 숭례문 화재사건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물론 필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기도 하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했던 터라 방송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혼란스러운 정권 교체의 시기를 거치면서 '조선의 마지막 황손'이라는 신분만으로 개인적인 큰 짐을 져야 했던 그 분을 보면서 이 나라의 국민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비단 나 하나뿐일까. 선생은 고종황제의 아들인 의친왕의 마지막 황손으로 그동안 어렵고 힘든 삶을 살아오신 것이다. 물론 시대가 변했고 황손, 혈통의 계승이 뭐 그리 큰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황손' '혈통'을 떠나 그들은 역사의 한가운데서 온전히 자신의 삶 속에 한국의 얼을 품고 계신 큰 어른이자 정신적 상징이다. 어른들을 모시기는커녕 삶의 좌절을 느끼게 하는 나라는 과연 미래가 찬란하다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정권 교체시기마다 타의에 의한 생활환경의 변화, 혹은 사람들의 시선 등 여러번 자살기도를 했을 정도로 아픈 마음을 달래며 '숭례문'이라는 노래를 불러보며 황손으로서의 자신의 책임감과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는 현대 사회에서 과거에 집착하거나 자국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국수주의는 바람직하지 않지만 적어도 한반도의 역사를 이어간 왕족의 마지막 핏줄이 삶을 이렇게 고단하게 사는 자체가 또한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가 얼마나 우리 하나만을 보고 과거에서 오는 정신력을 소홀히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되는 부분이다. 한 나라의 문화라는 것. 테이크아웃 커피, 블로그, 유튜브 등 이 순간 보이는 그것만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오며 겪은 기쁨과 슬픔, 고난의 극복 등이 되풀이되면서 오늘이 형성되고 우리 한반도의 정신적 토대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문화의 힘이자 깊은 뿌리가 되는 것이다. 과거의 역사를 지나쳐버리는 마음가짐으로는 건강한 문화, 유구한 문화의 찬란한 물결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외국인은 이런 지적을 했다고 한다. 독일 같은 경우 역사의 아픔을 미래의 성장 발판으로 삼기 위해 아픈 역사이지만 그 흔적을 그대로 두고 후손에게 설명해주며 비슷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자신의 문화를 잘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현재의 젊은이들이 후손들에게 역사의 아픈 기억만을 일깨우며 억울해 하고 비탄해 하기보다는 그 상처를 잘 보듬어 미래의 큰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문화라는 것은 한 사람이 자라나는 가정환경에 비유할 수 있다. 가난한 집에서 자란 것을 숨기고 싶어 하는 사람과 그 환경에서도 부지런히 살아온 삶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어느 쪽이 더 건강한 정신을 가진 것일까. 후자의 경우는 과거의 아픔과 상처를 디딤돌로 삼아 큰 꿈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옛것을 지혜롭게 보듬어나가는 마음과 정신문화의 소중함을 지켜나갈 수 있는 아름다움만 있다면 우리 성장의 끝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라 기대해본다. 이석 선생의 여생이 역사적ㆍ문화적 존재가치로 채색되기를 바란다. 우리 문화를 알고 소중히 생각한다면 이 시대의 마지막 황손인 이석 선생의 황제 시연행사를 해 젊은 세대들에 우리 역사를 바로 알게 하고 외국인들에게도 옛 우리 황실의 자존심을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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