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ㆍ31 대책 발표 당시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부 관료들은 한결같이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의 세제조치가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뿌듯함’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믿음이 ‘그들만의 생각’이라고 꼬집는다. 전문가들은 8ㆍ31 대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세제를 통한 가격조절의 부작용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세제로 가격을 잡겠다며 역대 정권이 내놓은 대책들이 적지않은 후유증을 남겼다는 역사적 사실을 누차에 걸쳐 제시했다. 그러나 ‘세제 만능주의’에 빠진 정부는 이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역대 정권이 하지 못했던 과표 현실화 작업을 추진하는 등 8ㆍ31 대책의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대책이 ‘그들(정부)만의 리그’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또다시 빠진 세제 만능주의=대책의 핵심인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와 종부세 대상을 기준시가 6억원 이상으로 낮춘 것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정부는 이들을 사실상의 투기자로 간주, 1주택자 보유자와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 하지만 어떤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이들을 투기자로 분류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굳이 이들 조치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지 않더라도 정부는 이를 통해 너무 많은 것을 이루려 하고 있다. 보유ㆍ양도에 따른 세 부담을 가중시켜 ▦공급물량(매물)도 늘리고 ▦가격도 하락시키며 ▦불로소득도 환수하는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이를 통해 “정부가 시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듯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조세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8ㆍ31 세제 대책을 평가하자면 잘된 것 50%, 잘못된 것 50%로 볼 수 있다”며 “가격조절 수단으로 세제를 사용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이에 대한 우려가 적지않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조세 전문가는 “역대 정권이 그랬듯 세금으로 모든 걸 이루겠다는 것은 이번 대책에서도 변함없이 나타났다”며 “세제를 통해 가격을 잡는 방안은 더 많은 부작용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정부만의 기준…찬반 여론은 지속되고=세제 만능주의 못지않게 8ㆍ31 세제 개편은 또 다른 곳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부동산 투기와 투자를 구분하는 것은 경제 전문가들조차 쉽게 해답을 내리지 못하는 명제다. 그럼에도 8ㆍ31 세제 정책은 주택 수로는 2주택 이상, 가격 기준으로는 6억원 등에 양도세 중과 및 종부세 부담을 대폭 늘렸다. 사실상 이들을 투기자로 간주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문제는 이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는 이 기준을 더 강화해야 된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2주택을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50%의 세율을 중과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며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왜 그럴까. ‘세금 폭탄’의 대상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주택 소유 및 소득현황 등에 대한 정밀한 자료분석 없이 기준을 정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점보다는 법을 만드는 사람의 생각이 잔뜩 반영됐을 뿐이다. 결국 정부는 1년도 안돼 ‘세금 폭탄’의 대상 기준을 대거 뒤바꾸는 촌극을 연출하고 말았다. 기준은 국회에 가서 또 다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새로운 불란의 씨앗을 키운 셈이다. ◇복잡해진 세금, 전문가들조차 어려워=정부가 중장기 세제 개편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 중 하나가 ‘세제 간소화’다. 이는 납세자들도 손쉽게 자신이 어느 정도 세금을 내는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번 대책을 본 전문가들은 ‘간소화’라는 단어에 고개를 젓는다. 특히 양도세는 2주택 양도세 중과조치가 도입되면서 또 다른 예외조항을 무더기로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예외조항이 워낙 많아 전문가들조차 세법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든 양도세가 또 한번 빌빌 꼬인 세제로 전락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보유세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일반 재산세와 종부세의 과표 적용률을 달리 적용하다 보니 세금계산 체계가 매우 복잡해졌다. 세대별 합산 세제의 도입은 종부세 체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8ㆍ31 대책은 ‘세금’이란 말만 나오면 골치가 아픈 일반 국민들을 더욱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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