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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인간은 왜 무모한 선택을 할까

■ 이성의 동물(더글러스 T.켄릭 외 1명 지음, 미디어윌 펴냄)

생존 번식 위협에 맞서 7개의 부분 자아 형성

"활성화된 부분 자아 따라 때때로 어리석은 결정"

진화심리학 차원서 분석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명연설로 인종을 넘어 전 인류에 감동을 안겨준 마틴 루터 킹 2세. 그는 비폭력과 예의, 진정성, 미덕의 이상을 실현하고 알리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던 인물이다. 도덕적 흠결은 없을 것 같던 킹이 혼외정사 문제로 수차례 말썽을 일으켰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그는 아이가 넷이나 있는 유부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여성과 오랫동안 혼외정사 관계를 유지했고, 출장을 다니며 수시로 여성들과 외도를 즐겼다. 육체의 유혹 앞에서 킹은 숭고한 도덕 원칙을 여러 번 무시한 셈이었다.

한순간의 선택으로 자신의 인생에 평생 오점이 남을 것임이 분명했는데도 왜 킹은 이런 어리석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것일까.

책은 모든 인간의 선택엔 '동기'가 숨어 있다고 분석한다. 인간의 선택이 선하든 악하든 개인의 본성에 지배를 받는 것도 아니고, 본능에 의한 충동적인 결과도 아니라는 게 저자들의 설명. 이들은 "인간은 생존과 번식이라는 단순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어도 7개의 부분 자아를 탄생시켰고, 결국 선택은 7개 자아가 경합한 결과"라는 결론을 내린다. 단순한 선택을 요구하던 과거에야 7개의 부분 자아가 최대한 순조롭게 작동해 왔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선택의 범위와 영향력이 커지며 부분 자아들이 때론 충돌하고 화해하면서 겉으로 보기에 무모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7개의 부분 자아는 신체적 위해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는 자아, 위험한 질병으로부터 회피하려는 자아, 타인과 동맹을 맺고 식량을 공유하려는 친애의 자아, 동일한 집단 안에서 더 높은 자리에 올라서 더 많은 편익을 누릴 수 있는 지위 자아,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물려주려는 짝 획득 자아, 오랜 기간 양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짝 유지 자아, 아이의 생존을 위해 지극히 보살피게 하는 친족 보살핌 자아다.

가끔 광적으로 적외선 탐지기, 도난경보 시스템을 집에 설치해 수백 달러의 요금을 내는 사람들은 자기보호 부분 자아가, 낯선 나라에서 온 사람 곁에 가지 않으려 하는 사람은 질병 회피 부분 자아가, 명품과 고급 자동차에 거금을 투자하는 사람은 지위 부분 자아가 활성화된 결과 그와 같은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친한 친구조차 "오입쟁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로 열정의 외도를 즐겼던 킹의 선택도 저자들의 시각에서 보면 합리적인 인성의 고장이 아닌 '짝 획득 부분 자아'의 강력한 가동 때문이었던 셈이다.



똑같은 내용을 입력해도 운영 중인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따라 컴퓨터가 다른 아웃풋을 만들어내듯 뇌 역시 현재 활성화된 부분 자아에 따라 같은 인풋을 다르게 처리해 결과적으로 다른 선택을 유도한다. 예컨대 머리카락이 쭈뼛 설정도로 오싹한 영화를 보여준 뒤 제품의 인기를 강조하는 광고와 제품의 특별함(한정판)을 강조하는 광고를 보여주면, 사람들은 다수에게 인기가 있는 광고 메시지를 잘 받아들인다. 위협을 느낀 순간, 사람들은 더 큰 무리의 일원이 되기 원하고 나 홀로 동떨어지기 싫어하기 때문.

저자들에 따르면 7개의 부분 자아는 인간 진화의 결과물이다. 수시로 생존과 번식을 위협하는 환경과 마주치면서, 인간의 정신은 각각의 과제 해결에 부합하게 다양한 심리 시스템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순간 순간 우리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어떤 진화 목표를 최우선에 두느냐에 따라 선택을 주도하는 부분 자아도 달라진다. 그렇기에 때론 무모해 보이고 때론 위험하기까지 한 선택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결정을 결과론 적인 잣대가 아닌, 진화 심리학 차원에서 바라본 접근이 돋보이는 책이다. 케네디가의 저주와 후손들의 비이성적 선택, 마틴 루터 킹의 혼외정사, 디즈니 형제의 '가족 경제학'처럼 친숙한 인물들의 사례는 물론 심리학이나 마케팅 분야의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풍성하게 곁들였다. 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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