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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한국은 뒤죽박죽의 나라"

미국 버클리 대학 영문과를 졸업한 뒤 「이스트베이 익스프레스」 등 여러 매체에 자유기고가로 활동한 바 있고, 세계 여러나라를 떠돌아다녔던 스콧 버거슨(32)은 「맥시멈 코리아」(자작나무 펴냄)에서 이렇게 말했다.3년간 한국에서 생활한 버거슨은 이 책에서 한국을 철저하게 그러나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따뜻한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는 이렇게 단언한다. 「한국은 뒤죽박죽의 나라」라는 것. 총 21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에서 스콧 버거슨은 한국의 김치와 인스턴트 커피 그리고 온돌문화를 찬양한다. 저자는 원래 한영(韓英) 두 나라 말로 출간했던 「맥시멈 코리아」를 혼자서 행상을 통해 2,000여부나 팔았던 경험이 있다. 이 책은 그것의 증보개정판이라 할 수 있다. 보다 많은 한국인 독자와 만나기 위해 한국어판으로 공식 출판된 것이다. 여기에 사진가 안영상씨가 우리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함께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통문화에 대한 밀착취재를 통해 「전통과 서구 문물이 기묘하게 얽혀 있는」 한국적 상황을 독특하게 묘사하는 한편 영화 「서편제」와 김치를 통해 한국인 정체성의 정수라 할 수 있는 한(恨)에 접근한다. 그러나 이 책이 무거운 문화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저자의 재치 넘치고 활기찬 품성이 글의 성격을 매우 유쾌한 이야기들로 만든다. 저자는 스스로 펑크라고 자처하면서 한국의 포스트모던한 변화상을 자유분방하고 거리낌없이 표현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가짜 인스턴트 자판기 커피가 프랑스의 원두커피와 필적할만한 품질이라고 감탄하면서, 세상 어느 곳에서도 그렇게 싼 가격에 그런 수준의 커피를 손쉽게 만날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면 인스턴트 커피는 한국인의 겉치레와 꾸밈없는 정서를 잘 표현한다』는 넉살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버거슨은 한국인 특유의 여러 문화양식에 푹 빠져든다. 저자는 강남과 강북의 뚜렷한 대비와, 동대문 야시장에 초호화 쇼핑센터와 노점이 공존하는 것, 초현대식 빌딩군과 전근대적인 인쇄골목이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무리없이 섞여 있는 것을 놀라운 관찰력으로 응시하고 있다. 그러나 한(恨)의 그 심오한 세계는 이해하기 힘들었던지 버거슨은 「서편제」에서 유봉이 자신의 딸을 장님으로 만드는 장면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고백하기도 하는데, 끝내 적응을 못했던 김치에 반하게 된 사연이 극적이다. 저자는 어느날 한라산을 오르다 정상 부근에서 지친 몸을 추스리기 위해 라면을 끓였다. 그 때 옆에 있던 사람들이 열무김치를 권했다. 억지로 라면에 김치를 섞어 입에 넣는 순간, 저자의 표현은 이렇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3류 같지만, 정말로 난 시금치를 먹은 후의 뽀빠이 같았다. 드루이드의 마술약 게타픽스를 벌컥벌컥 들이킨 후의 아스테릭스 같다고나 할까. 나의 모든 애통함, 슬픔, 참사랑과 보다 나은 삶을 찾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 등, 그 모든 것들이 열무김치가 내 혀에 닿은 순간 모두 사라졌다.』 그는 열무김치를 통해 한의 실체에 성큼 다가선 것이다. 이용웅기자YY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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