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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소득 2만弗과 노사관계
입력2005-01-31 18:30:22
수정
2005.01.31 18:30:22
이태용 <산업자원부 국장>
최근 발표된 어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들은 새해 개인소망 1위로 ‘소득 증가와 경제 안정’을 꼽았다고 한다. 지난 한해 ‘웰빙 바람’이 불었던 사실에 비춰보면 줄곧 새해소망 1위를 차지했던 ‘건강’이 2위로 밀려난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만큼 가계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올해 경제전망도 밝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모두의 소망인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앞당길 방법은 없는가.
산업자원부 소속으로 KOTRA에 파견나와 외국인 투자유치업무를 맡고 있는 필자가 업무상 만나본 외국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외국인 투자가들은 한국의 전투적 노사문화를 외국인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하고 있었다.
외투기업 노사분쟁 감소세
그러나 지난 1년간 전국을 돌며 외국인 투자기업의 경영자, 인사노무 관리자, 노동조합 간부들과 얘기를 나눠보고 난 뒤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됐다. 지난 2004년 들어 노사문화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물론 지난해에도 불법ㆍ과격 노사분규의 모습을 보인 사업장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사관계는 안정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지난해의 경우 당초에 주 40시간제 도입, 비정규직 문제 등 노사간 이견이 첨예한 사안들 때문에 노사갈등의 증폭이 우려됐다. 그러나 어려운 경제상황, 노조의 과도한 요구에 대한 부정적 국민여론, 노사당사자간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노력 등으로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노사분규가 조기에 마무리되는 사례가 많았다.
LG칼텍스정유나 한미은행의 경우 회사측이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데다가 노동조합도 직장점거농성을 해제하는 등 과격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자제함으로써 법질서를 준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투기업은 아니지만 현대중공업에서는 지난해부터 강경 노동운동의 상징인 ‘붉은 머리띠’가 사라졌으며 노조 간부들이 즐겨 입던 붉은색 조끼도 회사 점퍼로 대체됐다고 한다.
3년 전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GM대우의 닉 라일리 사장은 외국 언론에 한국의 노사관계가 지나치게 투쟁적인(militant) 것으로 비쳐지는데 이것은 과장된 것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인은 자기 감정을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외국 언론은 이를 두고 대단히 투쟁적인 것으로 그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 회사는 지난 3년간 이렇다 할 노사분규(industrial action)가 없었다. 통상의 노사관계에서 보듯, 노사관계는 쌍방향(a two-way street)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2004년 말 현재 외국인 투자기업의 노사분규 발생 건수는 34건에 불과하다. 외국인 투자지분율이 50% 이상인 외투기업이 8,735개소(’03년 말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분규발생률은 0.4%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노동조합의 파업에 대응해 직장폐쇄 조치를 취한 외투기업은 2003년 10건에서 2004년 1건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노사교섭 관행에 있어 긍정적 변화의 조짐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의 모습이 개별 사업장 단위에서만 보여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KOTRA에서 열린 외투기업 노사관계 세미나에서 이용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고용창출과 기술발전에 도움이 되는 공장 설립형 외자유치는 매우 중요하다.
옥석을 가린 건전한 외국 자본이라면 한국노총도 기업과 정부의 외자 유치 노력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언급, 실제로 외국인 투자 유치단에 한국노총 간부를 동행하게 해 해외 투자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위원장은 11월 말에 열린 외투기업 CEO자문단과의 간담회에서도 과도기적인 현 노사관계의 대안으로서 ‘노사자율에 의한 대화의 틀 복원과 노사정위원회의 역할’ 그리고 ‘노사간 신뢰’를 강조해 참석한 외국기업 CEO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일회성으로 그쳐서는 그 효과가 적다.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앞당기는 데는 원천기술개발 등 혁신주도 경제기반을 다져가는 데 필요한 여러 요인이 작용할 것이다. 하지만 합리적 안정적 노사관계와 이를 통한 외자유치가 개방적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우리 경제에 불가결의 요소임은 자명하다.
相生문화, 성장 밑거름 돼야
새해 경제전망에 대해 경제연구소나 언론의 조사는 경쟁적일 정도로 어두운 예측을 내놓았었다. 예측은, 특히 경제 예측은 틀리는 것이 통상의 일이고 보면 어두운 전망은 올해 실제 경제가 좋을 수 있다는 역설도 성립하는 것이 아닐까 자문해본다.
문제는 우리 내부의 자신감 회복, 즉 ‘경제하려는 의지’를 다시 지펴내는 데 있다. 세계 10개국재무장관회의(G10)의 경제·무역규모를 가진 한국의 발전저력에 비춰볼 때 ‘소비심리ㆍ투자심리’가 살아난다면 5%대의 성장은 물론 정부의 경제활성화 조치가 가세한다면 6%대 성장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그리고 이런 ‘희망의 경제학’은 다른 무엇보다도 생산적ㆍ협력적 노사관계의 전망에서 그 단초를 읽을 수 있다.
지난해 노사관계에서 나타난 긍정적 변화의 조짐들이 새해에는 생산적이고 협력적인 상생의 노사문화 창출로 연결돼 국민소득 2만달러시대를 앞당기는 데 밑거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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