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머니에 힘입어 아랍 경제권이 급부상하면서 걸프 지역 국가들이 중동경제의 허브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국가는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이다. 물류 분야는 두바이가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허브를 둘러싼 세 소국간 경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바레인이 아랍권의 대표적 금융허브였으나 최근 두바이가 급부상하고 카타르까지 추격적을 벌이며 3파전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바레인 마나마는 지난 70년대 원조 아랍권 허브를 자부하던 레바논이 내전에 시달리면서 중동의 허브기능을 넘겨받아 대거 90년대까지 그 기능을 담당했다. 아랍 최대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가 금융 등 상당수 기능을 바레인에 아웃소싱하면서 바레인의 허브역할을 지원했다. 바레인은 아랍권의 유일한 역외금융센터 역할을 하면서 아랍에 투자하려는 서방금융기관의 거점역할을 해왔다. 바레인 마나마에는 JP모건ㆍBNP파리바 등이 근거를 두고 있다. 바레인의 아성은 두바이가 ‘국제금융센터’를 설립하면서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두바이는 뉴욕ㆍ런던ㆍ홍콩과 같은 국제 금융허브로 부상하기 위해 올해 두바이국제금융센터(DIFC)를 설립해 외국금융기관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비브 알 뮬라 두바이 금융위원회 회장은 “수년 전까지 한두개에 불과하던 국제금융기관들이 이제 26개로 늘어났다”면서 “아직도 진출을 희망하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대기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들어 모건스탠리가 DIFC에 25개 팀을 파견하기로 한 데 이어 HSBC도 내년 초까지 250명의 투자은행, 프라이빗뱅커(PB)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크레디트스위스도 DIFC로부터 은행업 허가를 받는 등 국제투자은행들의 이전 붐이 일고 있다. 오마르 술라이만 DIFC 사무총장은 “두바이는 펀드와 투자를 조직하기에 유리하고 세계최고 수준의 투자여건과 금융제도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석유의존경제에서 벗어나 외국인들도 자유롭게 돈을 벌도록 금융허브로 탈바꿈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으로는 수출입은행과 외환은행이 올해 사무소를 개설했다. 수출입은행은 중동 플랜트 사업에 진출하는 국내기업에 대한 보증작업 등 현지 업무가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태형 수출입은행 두바이사무소 부부장은 “두바이가 DIFC의 설립으로 아랍권 허브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며 “중동에 진출하는 국내 기업들의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레인은 이슬람계 금융기관인 ‘걸프 파이낸스 하우스’를 중심으로 ‘금융항구’ 프로젝트를 추진, 왕년의 저력을 되살려 두바이의 추격을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오승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역외금융센터로 25년간 경험과 실적을 축적한 것이 장점”이라면서 “여전히 은행 186개사, 보험회사 163개사, 증권회사 13개사 등이 활동, 다른 중동국가들에 비해 금융기능이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항구는 금융센터ㆍ호텔ㆍ주택 등 복합시설이 한 데 어우러진 개념으로 오는 2009년 완성을 통해 중동 허브의 자존심을 되살리겠다는 전략이다. 바레인에는 한국금융기관으로 외환은행과 우리은행이 진출해 있다. 카타르도 아랍권 신규 허브국가로 등장하고 있다. 하마드 빈 할리파 카타르 국왕은 “10년 내에 두바이ㆍ바레인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카타르는 선두주자를 추월하기 위해 두바이 출신의 관료를 영입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금융감독원이 컨설턴트로 선임한 제인 강 소프씨도 카타르 금융센터 감독청에서 국제금융거래 관련 카운셀링을 전담하고 있다. 카타르는 1월 카타르 금융센터를 설립한 데 이어 5월에 면허신청을 접수받고 있다. 카타르는 두바이가 아직 현지통화를 통한 금융업무를 불허하는 데 반해 현지 금융기관과의 공존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한편 외환은행은 두바이와 바레인 지역에 사무소와 지점을 개설했으며 이라크 아르빌 지점도 열어 전후복구작업의 전초기지로 삼는 등 중동 지역 진출에 가장 적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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