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12대 세계은행(WB) 총재로 취임해 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의 세계은행 본부로 첫 출근한 김용(53·미국명 Jim Yong Kimㆍ사진) 총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발도상국가들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얻은 세계은행 전문가들의 지식과 노하우를 통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을 도울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또 유로존 국가들의 상황악화는 주변의 동유럽 국가들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중국의 제조업자, 브라질의 농업종사자, 미국의 은행 등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유럽의 상황을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위기국면에서 세계은행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저소득 국가들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세계은행은)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이날 발표한 공식성명을 통해서도 강한 글로벌 경제는 모든 국가에 혜택을 주지만, 약한 글로벌 경제는 모든 국가를 취약하게 하는 만큼 선진국, 개발도상국, 후진국 등을 막론하고 경제 위기 확산을 막는 게 세계은행의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세계 경제가 매우 취약하다며 각국은 국민에게 시장과 민간경제 부문에서 신뢰를 높일 필요가 있고, 경제 시스템과 정치가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경제 성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빈국을 위해 일한 경험으로 볼 때 위기가 닥쳤을 때 아무런 안전망이 없으면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이 지금처럼 변동성 심한 시기에 빈국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세계은행이 세계 금융 위기 와중이나 그 이후에도 대출을 계속 늘렸음을 상기시키는 한편 충격 방지를 위해 새 방화벽(firewall)을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총재는 국제 공동체가 자원, 경험, 지식을 효율적으로 공유한다면 빈곤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낮추거나, 중산층을 더욱 두텁게 하거나, 아프리카까지도 이머징 마켓 반열에 오르게 하는 등 수세기의 꿈이었던 목표를 한 세대 안에 달성할 수 있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한편, 그는 이날 오전 9시 정각에 세계은행 본부로 첫 출근하면서 정문 앞이 아닌 상당히 떨어진 곳에 관용차를 세운 뒤 경호원 없이 홀로 걸어 들어왔다.
검은색 양복에 연두색 넥타이를 맨 김 총재는 "지금 당장 일을 시작하고 싶습니다."고 소감을 밝혔고, 세계은행의 수장 직을 맡게 된 것을 영광으로 여긴다는 인사와 전임 총재로 5년간 세계은행을 이끌어온 로버트 졸릭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그의 첫 출근을 취재하기 위해 방송사 카메라맨과 사진기자들이 1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등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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