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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한국건축문화大賞] (계획부문 대상) 영역 경계 그리고 연계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도시의 모습은 수시로 변한다. 국가 차원의 도시계획에서 개인의 사유재산 개발까지 그 변화의 크기는 다양하다. 각각의 변화는 경계를 만들어 내며 그 경계를 중심으로 계속하여 반목한다. 영역별 불균형 개발은 보이지 않는 단절이며 갈등이다. 금상 수상작인 `영역 경계 그리고 연계`의 대상이 된 지역은 서울 동작구 상도4동 산 65번지 일대로 전형적인 달동네다. 이 곳은 지형적 특성과 지역적 한계로 인해 미개발 상태로 남아 있으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계획이 시도됐으나 시공사 문제로 무기한 연기돼 앞으로의 사업 진척이 불투명한 상태다. 새로 개발된 다세대 밀집 지역에 둘러 쌓인 상도4동 65번지 일대는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주변으로부터 밀려오는 개발의 영향에서 배제됐고 이웃 동네와도 단절된 채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 단절된 지역끼리 서로 소통하고 지속적인 커뮤니티를 이루도록 하기 위해 설계자는 먼저 서로 간의 끊어진 길을 연결하고 정보 문화, 교통, 유행, 교육 등의 흐름을 원활히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설계자는 끊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쓸모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길`에 주목했다. 이 길이 동네 주민의 모임 장소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설계자는 대립과 단절을 극복하고 외부와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하고자 했다. 설계자는 길을 목적성과 방향성을 가지며 하나의 흐름을 형성할 수 있는 커뮤니티 장소로 파악했다. 또 수많은 기억을 담고 있는 저장장소로써 사람에게 인식되며 갖가지 행위와 이벤트가 일어나는 장소로서 생각했다. 이 작품은 길을 외부와 내부로 나눠 외부는 산책로로, 내부는 주민 공용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산책로는 인접 지역간의 커뮤니티 발생 공간으로 휴식처를 제공한다. 인접 지역으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는 산책로는 지나가는 모든 이들이 광장(열린 마당)을 거치도록 동선을 계획, 필연적인 만남을 유도하고 있다. 그 흐름은 내부의 공용공간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내부의 길은 커뮤니티 행위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공간이다. 지역 주민을 위한 공용공간과 소규모 도서관, 인터넷 정보 검색 시설, 미취학 아동 학습공간 등을 갖춘 내부의 길은 적극적인 공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설계자는 이 작품을 통해 대결구도로 보여지는 개발과 미개발지역간의 물리적, 관념적 괴리감을 해소하고 인간과 환경의 공존과 존중과 배려의 이념을 구현했다. [금상수상소감] 장향미ㆍ강용현ㆍ한범주 “서울의 달동네란 달동네는 모두 찾아갔어요. 여름 방학 내내 발이 부르트도록 진짜 많이 걸었죠. ” 장향미ㆍ강용현ㆍ한범주(홍익대 건축과 3학년ㆍ사진 왼쪽부터)씨는 작품의 대상을 찾는 일이 무척 어려웠다며 두 달 간의 힘든 작품 제작 과정을 회고했다. 여기저기 작업 도구와 건축 모형이 널려 있는 작업실에서 만난 이들은 다시 팀은 이뤄 건축대전에 출품하는 작품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제일 먼저 난곡에 갔어요. 그런데 재개발이 진행돼 집이 모두 헐린 상태였죠. 봉천ㆍ성북ㆍ삼청ㆍ흑석동을 모두 돌았는데도 원하는 대상을 찾지 못했어요. 그런데 우연히 찾은 상도동 달동네에서 이 작품의 대상이 된 끊어진 길을 발견했어요. 이 길은 동네 사람들의 모임장소로 쓰이고 있었어요.”(강용현) 상도동 일대는 산발적으로 재개발 되면서 개발된 다가구 밀집 지역과 미개발된 이곳 은 서로 단절돼 있었다. 조사 과정에서 이들은 이 곳이 고층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기 위한 계획이 세워져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다시 개발이 진행돼 초고층 아파트와 최신 상가가 들어서면 기존 주택과 대결구도를 형성해 더욱 더 사람들의 마음을 각박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개발과정에서 끊어진 길이 갖고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새롭게 살려 보자는데 서로 의견을 모았어요.”(한범주) 이후 몇 차례 현장방문을 통해 경사도, 향, 세대 수 등을 꼼꼼히 조사하고 마스터 플랜을 세운 뒤 설계 작업에 들어갔다. 이후 꼬박 두 달을 작업에 매달린 끝에 금상 수상작인 `영역, 경계 그리고 연계`가 탄생했다. 셋이 한 팀을 이루다 보니 작업 분담처럼 이점도 많았지만 단점도 있었다. “우리 세 명 모두는 개성이 뚜렷해요. 그래서 의견 충돌이 적지 않았죠. 하지만 각자가 가진 장점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준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었어요.”(장향미) 수상 소감을 묻자 한범주 씨는 “선배들을 제치고 3학년에 큰 상을 받아서 얼떨떨하다”라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는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도시에는 쓰임새를 잃고 버려진 땅들이 적지 않다”는 장향미씨는 “이 작품이 자투리땅을 활용, 지역의 부족한 공용 시설을 제공하고 나아가서는 영역간 괴리감을 극복하고 화합의 장소를 제공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기대를 내비쳤다. 강용현씨는 “재개발 과정에서 기존 거주민들이 떠나고 새로운 사람들이 이주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어쩔 수 없이 개발이 필요하다면 그 과정에서 이 같은 단절을 줄이는 대안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 거주성(居住性ㆍamenity)이란 도시 주거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면서 `거주성`(居住性ㆍamenity)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어매니티란 환경이나 사물에서 느껴지는 `편리함과 쾌적함`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택의 구조ㆍ마무리ㆍ시설ㆍ배치ㆍ디자인ㆍ주위 환경 및 사회적 조건 등이 모두 포함된다. 특히 경제성을 초월한 것으로 경제성장에 따른 공해문제는 이 거주성을 고려하지 않은 데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계획부문 금상 수상작인 `영역 경계, 그리고 연계` 설계자는 어매티니 개념이 생명과 사랑을 주축으로 인간과 환경이 공존하는 밑바탕으로 보고 있다. 서로간의 존중과 배려를 기본 원리로 하고 있어 도시의 불균형 개발로 인한 개발지와 미 개발지의 물리적ㆍ관념적 괴리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최근의 도시 건축 설계도 어매니티 개념을 중시하고 있다. 친환경 건축이나 커뮤니티 공간을 배려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시 어매니티에 이어 농촌 어매니티도 등장하고 있다. 농촌 어매니티란 농촌지역 특유의 전원풍경, 역사적 기념물, 문화적 전통 등 관광이나 특산물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경제적 자원을 말한다. 농업 생산력은 떨어지는 일본이 전통적 농업 경관인 `계단식 논`을 보전하고 상품화하는데 성공한 것이 그 예다. <김현수기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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