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4일 안중근 의사의 유묵(遺墨) '경천(敬天)' 기증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삼중 스님이 일본에서 들여온 경천은 지난 3월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의 경매에 나왔다 유찰된 뒤 잠원동성당이 직접 사들여 서울대교구청에 기증했다. 이번 기증식에는 염 추기경과 삼중 스님, 잠원동성당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1909년 의거 이후 한국가톨릭 교단은 살인범이라는 이유로 신자 자격을 박탈했고 이후 100여년이 지난 2010년에야 이를 복권해줬다. 이번 기증식은 천주교가 그동안 그를 테러범으로 규정했던 과거를 청산하고 안 의사의 정체성 바로잡기의 연장선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경천은 안 의사가 이토를 저격한 다음해인 1910년 3월 뤼순 형무소에서 사형집행을 앞두고 쓴 붓글씨다. '대한국인 안중근(大韓國人 安重根)'이라는 글씨 옆에 손도장이 찍혀 있다.
안 의사의 유묵을 되찾기 위해 일본을 300여차례 다녀왔다는 삼중 스님은 "1994년 경천을 일본인이 소장하고 있다는 걸 안 뒤 한국으로 갖고 오려는 운동을 펴왔다"며 "안 의사의 최후 작품인 경천은 하늘 무서운 줄 알고 공경하라, 동양평화를 유린한 일본은 반드시 망한다는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교구는 오는 7일부터 이 작품을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천주교 유물전시회 '서소문·동소문 별곡'전에서 공개하고 2017년 완공예정인 서소문 순교성지 교회사박물관에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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