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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
입력1998-12-13 00:00:00
수정
1998.12.13 00:00:00
최근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빴던 사람 중 한명이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이다. 孫부회장은 지난 12월7일 정·재계 간담회를 앞두고 정부와 5대그룹, 5대그룹간의 이해관계를 절충하는 해결사로서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지난 7일 김대중 대통령과 5대그룹총수들의 대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경제인 간담회 합의를 계기로 대기업에 새로운 경영문화가 창달될 것입니다. 대기업들이 개혁을 약속한 만큼 이제는 서로간의 불신을 벗어버리고 국제통화기금(IMF)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활성화에 정부·재계·노동자들이 서로 힘을 모아야 합니다.』
孫부회장은 金대통령주재의 정·재계 간담회를 통해 대기업 구조조정의 방향과 속도·범위 등에 대해 정부·재계·금융계간 합의가 이뤄져서인지 한결 홀가분해 보였다.
그는 5대그룹 빅딜협상의 간사를 맡아 그룹간 이견을 절충해 내며 빅딜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게 한 숨은 주역이다. 특히 현대와 LG가 통합법인의 경영주체 평가기관 선정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을 때 양사가 생각치도 못했던 「아더 D. 리틀」이라는 제3의 신용평가기관을 제시, 양측의 양보를 이끌어냈고 지난 7일에는 30년만의 대기업개혁 선언문으로 인식되고있는「12·7」합의가 나올 수 있도록 정부와 5대그룹 관계자를 쫓아다니며 타협점을 도출하기도 했다.
그는 『대기업들이 정부의 개혁의지에 맞춰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한 만큼 이것이 좋은 작품이 될 수있도록 하는 것은 「정부와 채권금융단」의 역할』이라며 『당장 대우전자와 삼성자동차의 빅딜발표로 직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데 정부차원에서 적극 나서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5대기업 총수들이 3~5개 주력업종위주로 사업을 재편키로 합의하면서 국민들은 대기업들이 선단식 경영체제를 해체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는데요.
▲대기업의 폐해로 인식돼 온 재벌체제를 끝내고 외부환경변화에 맞춰 우리 대기업이 다시 태어나겠다는 뜻입니다. 그동안 경영행태와 의식, 관행에서 잘못됐다고 지적된 점들을 개선해 나가겠다는 것이지요.
대기업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대기업들은 그동안의 부정적인 측면을 개선해 효율적인 경영조직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5대그룹이 핵심업종으로 체제를 재편하면서 고용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는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대책은 있습니까.
▲5대그룹의 고용인원을 58만명으로 볼 때 이중 비주력계열사의 종업원은 17만명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사업교환, 매각, 인수합병, 청산 등의 형태로 계열사 정리가 이뤄지면 최소 30%정도가 고용조정대상이 될 수있을 것으로 보고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해결이 쉽지않아 고민입니다.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인데 정부는 구조조정은 하고, 고용조정은 하지말라고 합니다. 앞뒤가 맞지않은 논리입니다.
기업들도 실업회피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정부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봅니다.
-기업구조조정과정에서 기업들의 연구개발및 설비투자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습니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이기는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 같은데요.
▲기업들의 연구개발과 해외마케팅기반이 붕괴되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입니다. 연구개발은 장기적인 투자고, 해외마케팅은 당장 달러를 벌어들이는 경영활동인데 이것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는 것같아 안타깝습니다.
또 그동안 대기업들의 선단식경영은 신흥시장 개척엔 큰 힘을 발휘한 게 사실입니다. 종합상사가 터를 닦으면 건설·중공업·전자 등이 한꺼번에 진출, 시장을 넓혀왔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것들을 개별적으로 추진해야 하니 적지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입니다.
-7개 구조조정업종에 대한 출자전환 등을 놓고 재계와 금융권의 입장이 상당히 다릅니다. 어떤 방식으로 의견조율이 가능하겠습니까.
▲여자를 시집보내려면 새 옷도 사 입히고 화장도 시킵니다. 기업을 매각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차입금에 대해 출자전환을 해서 건전성을 키워야만 외자도입이 수월합니다. 물건이 안된 채로 시장에 내놓으면 누가 사겠습니까. 그래서 먼저 출자전환을 해 달라는 것입니다. 더구나 출자전환한 금액에 대해선 외자가 들어오는대로 우선적으로 상환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와 금융권에서 기업들이 출자전환 후 외자유치에 열의를 보이지 않을까 우려해 유무상증자와 외자유치가 되어야 출자전환을 해 준다는 입장이고 이번 합의문에는 「자구노력에 상응하는」이라는 단서를 달았습니다. 재계와 정부간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들은 총수들의 사재출연문제가 이번 「12·7」합의문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합의문에는 그런 내용이 없었습니다. 별도로 사재출연에 대해 논의된 게 있습니까.
▲총수들의 재산은 일부 부동산도 있지만 대부분 관련기업의 주식형태로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업이 이익을 남겨야만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상태고, 일부 부동산과 기타재산은 담보로 제공한 상태입니다.
총수들마다 내놓을 사재가 별로 없는 실정이어서 이번 간담회에서 사재출연문제에 대한 논의는 없었습니다.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기한은 정해진 것입니까. 또 반도체부문의 통합은 가능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삼성자동차와 대우전자의 빅딜 세부실행계획은 이달 중순이전에 확정짓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양사가 알아서 할 문제입니다.
반도체는 12월 25일까지 핵심경영주체 선정을 마무리짓기로 했습니다. 이미 7대3으로 지배주주를 결정짓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기간까지 책임경영주체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지만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합의한 사항이니만큼 현대·LG 양사가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봅니다.
-대기업 구조조정을 조기에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규제완화와 금융권의 후속 지원대책이 필요한데 재계차원의 바람은 무엇입니까.
▲재벌의 현 상태를 전제로 한 정부의 각종 규제도 재벌개혁에 따라 단계적으로 해소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30대그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기업집단 관련법이나 금융권의 여신제한 등 대기업규제는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이미 6대이하그룹 가운데 상당수 그룹이 해체돼 30대그룹에 대한 규제의 효율성과 필요성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또 차입금의 출자전환과 상호지보에 대한 신용전환, 중복과다보증의 해소 등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구조조정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의사결정이 금융권창구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데는 많은 시일이 소요되는 실정입니다.
-앞으로 제2, 제3의 빅딜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실제로 새로운 빅딜이 추진되는 게 있습니까.
▲지난 9월3일 사업구조조정방안을 발표할 때부터 논의했던 사항으로 당시 7개업종의 1차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 2차 사업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추진대상업종은 아직 정해진 게 없고 관련업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추진할 계획입니다.
지난 10월 16일 2차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특별위원회」1차회의를 열어 대규모 사업교환보다 개별기업의 구조조정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구조조정특별법의 제정을 요청했었습니다. 이 위원회에는 30대 주요그룹중 15개그룹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재벌해체로 전경련의 위상변화가 예상되고, 특히 외국기업들이 국내주력기업으로 부상하고 있어 이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야 할 것 같은데요. 새로운 대책이 마련되고 있습니까.
▲전경련이 과거 대기업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집단으로 잘못 비춰진 것같은데 실제로는 시장경제의 창달과 자유기업주의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앞으로 외국기업의 국내직접투자가 활발해지면 외국기업도 전경련의 회원으로 받아들이고, 공기업이 민영화될 경우 이들도 전경련 멤버로 포함시킬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전경련 발전 5개년 계획」을 만들고 있고 내년 2월 정기총회때 공식발표할 방침입니다.
孫부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며 『경제가 살려면 기업이 살아야 한다』면서 『이제는 기업인들에게 기업을 하고자 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정리=이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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