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여온 뉴욕증시가 랠리를 연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고용 등 경제지표 호전에다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결정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만3,000선에 바짝 다가서며 3년9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S&P500지수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미국경제의 회복속도가 가팔라지고 있고 유로존 채무위기도 해결의 가닥을 잡아가는 만큼 단기간의 조정을 거치더라도 상승탄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장 분위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뉴욕증시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상승세를 보여왔다. 블루칩을 대표하는 다우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21% 상승했다. 중소형 종목을 대표하는 러셀지수는 같은 기간 무려 36%나 급등했다. 나스닥지수 역시 올 들어 14%나 올랐다. 이 같은 상승의 원동력은 ▦미국경제 회복과 기업실적 개선 ▦그리스 등 유로존 채무위기 수습 기대 ▦유동성 유입 확대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다우지수가 1% 넘게 올랐던 지난 16일(현지시간) 시장은 이 같은 흐름을 잘 보여줬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4만8,000건으로 2008년 3월 초 이후 거의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상무부는 1월 주택착공 건수가 연율 환산 69만9,000가구로 1.5% 늘어났다고 밝혔다. 필라델피아제조업지수도 10.2로 시장의 예상치를 웃돌았다.
유로존이 오는 20일 재무장관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안을 승인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014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증시 자금유입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뮤추얼펀드 운용기관인 ICI에 따르면 이달 첫주 미국 뮤추얼펀드시장에는 2년 만에 최대규모인 132억달러가 유입됐다.
이 가운데 미국 내 주식형 펀드에는 19억2,000만달러가 들어왔다. 마이클 머레일 RBC캐피털마켓 트레이더는 "리스크 투자가 돌아오고 있다"며 "국채 수익률이 지금처럼 낮은 상황에서 주식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다우지수가 2008년 5월 이후 넘지 못했던 1만3,000선을 언제 돌파하느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결과에 따라 쉽게 넘어설 수도 있으며 지금보다 훨씬 강한 랠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 에런스 UBS 스트래티지스트는 "주식시장의 상승은 우호적인 경제지표의 영향"이라며 "2009년 1~3월보다 흐름이 더 좋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머리 퍼티그 랠러티브밸류파트너스 투자책임자도 "그리스의 대외협상이 조만간 종료되고 미국의 실업률ㆍ제조업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고 있다"며 "투자심리가 상승 쪽으로 실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증시가 그동안의 상승에 따른 지수부담으로 조정국면에 접근하고 있으며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최근 주가급등이 거품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댄 스즈키 BoA메릴린치글로벌리서치 스트래티지스트는 "시장에서 불확실성이 불거질 수 있다"며 "실물경제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중동사태에 따른 유가급등, 일본의 쓰나미 등 대형 변수들이 돌출하면서 시장이 가라앉았던 지난해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BoA메릴린치는 S&P지수 목표치를 1,350으로 제시했으며 상반기보다 하반기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도 여전히 올해 말 S&P 주가가 현재보다 낮은 1,250선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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