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각] 팬택과 SK텔레콤의 인연


워크아웃 중인 팬택이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채권단은 경영난이 해소되지 않자 조건부로 출자전환을 결의했다.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팬택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공을 이통사들에 넘긴 것이다. 그런데 이통사들이 여전히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독자생존 하느냐, 법정관리로 가느냐가 오늘 이통사들의 결정에 달렸다.

이통사들이 보유한 팬택의 매출채권은 1,800억원(SK텔레콤 900억원·KT 500억원·LG유플러스 400억원)이다. 팬택 제품을 판매할 때 사용된 보조금들이다. 이 채권을 주식으로 출자전환, 팬택 살리기에 동참해달라는 것이 채권단의 요청이다. 이통사들의 출자전환 여부는 가장 많은 채권을 보유한 SK텔레콤의 결정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SK텔레콤과 팬택은 여러모로 인연이 많다. 국내 최대 이통사로서 팬택 제품을 가장 많이 사는 주요 고객이자 SK그룹을 통해 혼맥(婚脈)으로 맺어진 혈맹 관계다. 팬택은 지난 2005년 SK의 계열사인 SK텔레텍을 3,000억원에 인수했다. 팬택 창업자인 박병엽 전 부회장은 최태원 SK 회장과 직접 만나 인수에 합의했다. 팬택은 이를 통해 세계시장 진출을 본격화할 수 있었다. 당시 SK텔레텍 직원 600명 중 상당수는 아직도 팬택 직원으로 남아 있다. 피를 나눈 사이인 것이다.

팬택은 이에 앞선 2003~2004년 일명 '소버린 사태'로 SK그룹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기에 빠졌을 때 백기사로 나서 경영권 방어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당시 인연으로 최 회장과 박 전 부회장은 사석에서 형, 동생 하는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은 지금도 SK그룹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의 반도체를 제품에 사용하는 주요 고객으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SK텔레콤, 나아가 SK그룹과 팬택의 인연이 새삼 떠오른 것은 위기에 빠진 팬택을 구하는데 SK텔레콤의 결정이 중요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SK그룹이 어려울 때 팬택이 도왔으니 이번에는 SK텔레콤이 팬택을 돕는 '의리'를 보이라는 얘기도 아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팬택을 왜 살려야 하느냐는 질문은 우문(愚問)이다.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중국 등 해외 자본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 팬택이 보유한 최첨단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다. 이는 결코 팬택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국내 휴대폰 업계가 당장 타격을 받을 것이고 수많은 협력업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국내 스마트폰 생태계 자체가 뿌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SK텔레콤의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팬택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 기술력이 있고 회생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기업이라면 살리는 것이 경제 논리에도 맞다. SK텔레콤이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팬택과 SK텔레콤의 인연은 계속돼야 한다. 한번 맺은 인연은 쉽게 끊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정곤 경제부 차장 mckids@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