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태국을 제치고 메콩의 '스타'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그룹 ING의 팀 콘든 아시아 리서치 헤드는 최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메콩강을 품고 있는 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태국을 비롯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경제 성적표를 내고 있는 베트남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해상 운송로로서의 지정학적 이점과 더불어 젊은 노동 인구 및 저임금비용, 제조업으로의 산업 지형 변화 등 매력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베트남이 아시아의 새로운 호랑이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최근 '2050년 세계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14년~2050년 사이 베트남의 1인당 연평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0%로 예측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베트남은 앞으로 35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 속도를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 십 년동안 글로벌 경제의 증기기관차 역할을 해온 중국은 같은 기간동안 연평균 3.4%의 성장률을 보이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베트남의 GDP 성장률은 올 1·4분기에 지난 5년 래 가장 높은 6.03%를 기록, 베트남 정부가 잡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6.2%) 달성을 위한 순항을 시작했다고 방콕포스트는 최근 보도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비크람 네루 동남아시아 담당 연구원은 "베트남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을 할 것이란 전망은 충분히 실현 가능성이 있는 얘기"라며 "정부 부문에서 풀어야 할 과제를 제외하곤 베트남은 고속 성장을 위한 필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총 3,200㎞에 이르는 해안선을 끼고 있는 베트남은 석유 등의 해상 운송을 위한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난 2006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베트남이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신시장으로 떠오른 이유다. 여기에 더해 베트남은 오늘날 중국을 넘어 전세계 제조업을 책임질 새로운 부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수도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지난해 전용 수출입 터미널을 확보한 삼성전자를 비롯, 인텔·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라 베트남에 신규 생산시설을 건설하거나 기존 공장을 이전하는 추세다. 지난해 베트남 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23억 5,000만 달러로 지난 2000년(24억 달러)에 비해 5배 이상 뛰었다.
제조업의 새로운 메카로서 베트남이 갖는 최대 강점은 낮은 임금이다. 지난 2013년 베트남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197달러(약 21만6,000원)에 불과해 613달러(67만2,000원)인 중국은 물론 이웃 경쟁국인 태국(391달러)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전문가들은 경쟁국 대비 낮은 임금을 통한 베트남의 제조 비용 절감 효과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에 따르면 오는 2019년 중국의 시간당 제조업 노동 비용은 베트남의 177%에 이를 것으로 집계돼 지난 2012년의 147%보다 더욱 간극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 가능 인력이 풍부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지난 2012년 현재 60세 이상 인구는 불과 9%로, 13%에 이르는 중국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이다. 반면 15~49세 사이의 청·장년층은 전체 9,000만 인구의 40%를 넘는다.
글로벌 제조업 공장으로서의 베트남은 역량은 최근 발표된 수치를 통해서도 증명되고 있다. HSBC가 매월 측정하는 베트남의 제조업 구매자관리지수(PMI)는 지난 2013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19개월 연속 '경기확장'을 의미하는 50을 웃돌았다. 지난해 베트남의 대미 수출은 주변 아세안 국가를 모두 제치고 1위에 올라섰다. 세계은행의 베트남 담당자인 빅토리아 콰콰는 "베트남은 농업으로부터 제조업으로 경제 구조를 탈바꿈하고 있다"며 "베트남이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난 1980년대 이른바 도이모이(개혁·개방) 정책 이후 갈수록 누적되고 있는 국영 기업 및 은행들의 악성 채무, 부족한 인프라와 낮은 기술력,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 지수가 전세계 187개국 가운데 119위에 그칠 정도로 부패 수준이 심각한 점 등은 베트남 경제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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