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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국내 항생제 오남용 심각

감기 걸렸다하면 무분별 처방 '슈퍼박테리아' 감염 부를수도

최현 압구정함소아한의원 원장

대부분의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된 환자가 국내에서도 잇달아 발견되고 있다. 해외 사례처럼 면역력이 극도로 낮아진 장기 입원자에게서 발생했으며 일상생활에서 감염되거나 전파될 가능성은 매우 낮으므로 일반인들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유병률이 높고 낮음을 떠나 우리나라에서 발견됐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오ㆍ남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얼마 전 진료비 매출 기준 전국 상위 20개 소아과 의원의 항생제 처방률이 평균 61.9%를 육박했다는 보도가 났다. 수도권의 한 소아과는 약이 잘 듣는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수입이 전국 9위를 기록할 정도였지만 항생제 처방률은 80.9%나 됐다. 국내 항생제 일일 평균 사용량은 지난 2006년을 기준으로 23.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21.3%보다 높다. 항생제 사용량 수치가 23.8%라는 것은 하루에 성인 1,000명 중 23.8명이 항생제를 복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의 항생제 처방률도 52%로 나타나 미국 43%, 네덜란드 16%에 비해 높았다. 특히 가벼운 증상의 환자가 많이 찾는 1차 의료기관인 의원에서는 항생제 처방률이 59%에 달해 45%인 병원보다 높았다. 이렇게 국내에서는 감기에 항생제를 쉽게 남용한다. 하지만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 즉, 박테리아를 죽이는 약이다. 감기와 이와 유사한 호흡기 질환 등은 대부분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는 엄연히 다른 존재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감기에 걸렸는데 세균 잡는 항생제를 쓰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미국을 포함한 외국에서는 항생제 과다 사용에 대한 위험 때문에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는 항생제 사용을 제한한다. 미국의 질병통제센터나 식품의약국에서는 1998년 이후 항생제 사용 질환 목록에서 급성 기관지염을 제외했으며 2004년부터는 "의사는 세균에 따른 감염이 확실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경고문을 모든 항생제에 명시해왔다. 그러나 항생제 사용이 많은 나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기본 통제조차 없다. 슈퍼박테리아를 불러오는 항생제 내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항생제 내성이란 본래 박테리아에 있었지만 특별하게 드러나지 않았던 방어 능력이 생겨 항생제의 효능이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 방어 능력은 인류가 항생제를 사용함으로써 발달된 것이다. 문제는 항생제를 정말 박테리아가 '죽을 때까지 써서' 방어 능력을 발달시킬 틈도 주지 않는 일이 가능한지,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써야 하는지, '어느 기간' 동안 써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의 항생제 내성률은 보통 50% 이상이며 80%가 넘는 경우도 있다. 미국 10%, 영국 15%에 비해 상당히 높다. 항생제 내성률은 100마리의 박테리아에 항생제를 투여했을 때 살아남는 박테리아의 숫자로 이해하면 되는데 그야말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간은 균과 공존하며 살 수밖에 없다. 작은 균을 다 죽이려고 자꾸 더 센 항생제를 만들어낼수록 저항력을 가진 세균들이 빠른 속도로 나타나며 내성이 강해진다. 때문에 항생제를 만병통치약처럼 사용하면서 오히려 사람의 목숨을 위협할 '강력한 박테리아'를 만들지 말고 사람의 생명이 위협 받거나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만 최소한의 복용 원칙을 지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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