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9일 6,000억원 상당의 미국 위조채권을 일본에서 밀반입해 국내에서 행사한 혐의(위조 유가증권의 행사 등)로 재일동포 김모(81)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4일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면서 1,000만달러 위조채권 60장을 여행가방에 넣어 들여와 이를 국내 모 은행에 제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제시한 채권은 발행처가 미국 재무성(Department of Treasury)이 아니라 재무부(Ministry of Finance)였다. 일당이 제시한 가짜채권에는 발행연도가 1935년도로 1985년에 이미 시효가 끝난 것으로 표시돼 있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재외국민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 간부 출신들이 포함된 일당은 지난 4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국내 금융기관에서 재일동포 사업가 행세를 통해 가짜 국채를 '보호예수'해달라고 타진했다. 시중은행에서 유가증권을 보관하고 액면가만큼의 보관증을 발행해주는 제도를 '보호예수'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은행으로부터 채권 보관증을 받으면 거액을 은행에 맡긴 것처럼 꾸밀 수 있어 이를 미끼로 투자사기를 벌일 목적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한 은행에서 "채권을 직접 보고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듣자 일당은 14일 일본에서 김포공항으로 가짜 국채를 여행용 가방에 넣어 들여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 조사 중 일당 가운데 한 명인 일본인(69)은 "10여년 전 지인한테서 1,600만원의 채무를 변제해주면서 6,000억대의 채권을 받았다"며 "위조인 줄은 몰랐다"고 둘러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추적 끝에 이들이 찾아간 국내 은행 3곳에서는 채권이 위조됐다는 것을 알아보고 위조 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린 것으로 확인했다.
미국 위조채권은 1998년 외환거래 자유화 조치 이후 국내로 유입된 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위조채권으로 인한 사기가 끊이지 않자 지난 2004년 8월께 관세청은 "위조채권에 관해 미 국토안보부 보안청에 확인한 결과 미 정부는 10만달러 이상의 고액권을 발행한 적이 없다"며 "미화 1억달러나 5억달러, 10억달러 채권은 모두 가짜라고 통보해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김씨 등을 상대로 위조책을 추적하는 한편 투자 사기로 인한 피해자가 있는지 등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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