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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재미도 감동도 없는 2012 대선

뜬구름잡는 경제살리기 공약에 단일화논의도 득실계산만 따져<br>국민을 구경꾼으로 내몰지 말고 미래 국가전략으로 선택받아야


얼마 전 모 대선후보의 캠프에 몸담고 있는 지인을 만났더니 영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선거판에 뚜렷한 이슈가 부각되지 않고 다들 고만고만한 정책을 내놓다 보니 국민들의 눈길을 끌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선 캠프마다 매일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보지만 선거과정에 워낙 불투명한 변수가 많다 보니 이래저래 어려움이 크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5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예전과 달리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가장 재미없는 대선이 될 것이라는 얘기마저 나올 정도다. 경기가 워낙 어렵고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 힘들어 선거판에 관심을 갖지 않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 모두들 자신이 대한민국을 책임질 적임자라고 주장하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나라를 이끌 인물이라는 확신을 주지 못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할 듯하다.

하지만 선거레이스가 답답한 느낌을 주는 것은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빅3가 정책현안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탓이 크다. 모두가 경제 살리기를 얘기하지만 방법론상의 차이만 있을 뿐 사실상 똑같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고 봐야 한다. 창조나 공정, 혁신이라는 각 후보들의 경제비전은 공허하다 못해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안겨줄 정도다. 경제민주화니 정치개혁이니 하는 얘기도 알맹이는 뺀 채 현실과 동떨어진 정치공방으로 일관하다 보니 국민들로서는 그다지 흥이 안 난다는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정치권이 국가의 미래를 이끌 어젠다를 제시하기는커녕 북방한계선(NLL)이나 정수장학회 같은 과거사 논쟁에만 머물러 있는 것도 국민들로서는 짜증스럽다. 대선주자들이 미래를 내다본다고 떠들면서도 온통 과거사 타령에만 매달려 있으니 뭔가 단단히 잘못된 일이다. 이런 식으로 네거티브 난타전만 지루하게 이어지다 보면 국민들은 결국 구경꾼의 위치로 내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나마 흥행거리는 야권 단일화이지만 현재로서는 국민들로부터 별다른 감동을 이끌어내기 쉽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ㆍ정몽준 단일화로 큰 재미를 봤던 야권에서는 후보들만 합치면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모름지기 단일화란 극적인 재미와 반전의 묘미가 있어야 하는 법인데 지금처럼 일방적인 구애와 소모적인 정치공방만 이어지다 보면 그 효과도 반감되기 마련이다.



5년마다 열리는 대선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짚어보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미래 국가전략을 만들어가는 좋은 기회다. 모름지기 대통령후보라면 시대정신을 남보다 앞서 구현하고 10년, 20년을 멀리 내다보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 그런대도 국민들이 벌써부터 대선후보들의 뻔한 주장에 식상해 하고 고개를 돌려버린다면 누가 대통령에 뽑히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모든 것이 불투명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후보들의 실상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얼렁뚱땅 선거가 끝나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마저 든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경제주체들이 깜깜히 선거판에 휘말려 정상적인 경제활동마저 위축된다면 그 뒷감당은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양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은 조만간 권력재편을 마무리하고 우리에게도 어려운 선택을 강요할 게 뻔하다. 나라 경제는 이미 성장잠재력을 상실한 채 장기 복합불황의 늪에 서서히 빠져들고 있다. 대선후보들은 이런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어떤 비전과 정책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지 낱낱이 밝혀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유권자들이 기대하는 것은 정치공방과 이미지 연출이 아니라 산적한 국가현안에 대한 후보들의 종합적인 정책공약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민이 진정한 승자로 남는 2012년 대선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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