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에 찬 야수(뱅상 카셀)의 눈빛은 슬프고 매혹적이다. 야수와 사랑에 빠지는 벨(레아 세이두)은 동화처럼 당당하고 그래서 더 아름답다. 그런데 뭐가 문제일까. 미녀와 야수는 그대로인데, 그 옛날의 감동과 두근거림이 없는 이유 말이다.
지난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영화 '미녀와 야수'는 마담 드 빌뇌브가 쓴 오리지널 원작을 실사화한 판타지 로맨스다. 저주로 야수가 된 남자, 그 남자의 장미를 꺾은 아버지를 대신해 야수의 성으로 들어간 여자. 영화는 원작의 흐름을 따라가며 야수가 된 남자의 사연에 집중한다. 야수의 회상이 아닌 벨의 꿈으로 그의 과거를 보여줌으로써 여자가 남자를 이해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영상은 화려함을 넘어 신비롭다. 눈 덮인 숲과 야수의 성은 뿌연 안개, 달빛 아래 어둠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향수를 내뿜는다. 컴퓨터 그래픽을 최소화하고 대부분 세트 촬영으로 완성한 장면이란 점에서 박수를 칠 만하다. 컴퓨터가 아닌 배우의 특수분장으로 재현된 야수 역시 실감 나는 표정과 움직임을 자랑한다. 분장 탓에 야수를 연기한 뱅상 카셀의 체중이 촬영기간 10kg이나 줄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남자배우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허술한 짜임새는 숨길 수가 없다. 화내며 대화 몇 번 나눈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아무리 봐도 개연성이 부족하다. 야수가 저주에 걸린 과정을 설명하는 데 집중하다보니 그가 새 여인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스토리는 지나치게 생략된 느낌이다. 벨이 두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전개되는 스토리 방식도 몰입을 방해하고, 너무 일찍 결말을 내비치는 것 같아 아쉽다.
영화의 감동이 어린시절의 그것과 다른 가장 큰 이유는 어쩌면 내게 있는지도 모르겠다. 헤리포터와 반지의 제왕 급 판타지를 보고 자란 어른에게 어릴 적 본 동화가 그럴 듯 하게 다가오기란 애초부터 무리일테니 말이다. 누군가에겐 추억과 감동을 주겠지만 누군가에겐 "넌 이제 더 이상 소녀(소년)가 아니에요."라는 슬픈 현실을 알려줄 작품이다. 전체관람가, 6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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