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미술] 3년만에 개인전 여는 '탄광촌 화가' 황재형<br>"현실이 매우 힘들지만 눈·얼음도 언젠가는 녹아" 삶에 대한 희망 추구<br>소박한 토속적 색감은 옛시절·고향 향수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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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광촌 화가' 황재형의 '해토머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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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한 막장에서 생명력의 빛을 찾다
[이야기가 있는 미술] 3년만에 개인전 여는 '탄광촌 화가' 황재형"현실이 매우 힘들지만 눈·얼음도 언젠가는 녹아" 삶에 대한 희망 추구소박한 토속적 색감은 옛시절·고향 향수 자극
조상인기자 ccsi@sed.co.kr
황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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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광촌 화가' 황재형의 '해토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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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1850~1890) 초기작 '감자먹는 사람들'에는 밀레(1814~1875)의 영향이 가미된 고단한 서민일상에 대한 리얼리즘이 배어있다.
색조는 어두우나 살아있음 자체가 감사한 일이라는 그윽한 시선은 반 고흐가 훗날 그린 태양과 별, 꽃 등의 빛나는 풍광을 더욱 반짝이게 했다. '탄광촌 화가' 황재형(58ㆍ사진)도 그랬다.
민중의 삶을 그리고자 26년 전 태백으로 들어간 그는 탄광촌 '막장(막다른 갱도)'에서 생명력의 빛을 발견했고 이를 화폭에 담았다. 그의 개인전이 3년 만에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5일부터 28일까지 열린다.
지난 전시는 광부와 탄광촌 사람들의 인물화가 주를 이뤘다면, 이번은 풍경화가 늘었다. 너와 지붕에 쏟아진 노란 햇빛, 널린 빨래에 비친 푸른 햇살, 쓰러진 집터 위로 흐릿한 구름과 날리는 눈발이 눈부시다.
◇해토머리, 현실을 위로하다=전시 제목은 '쥘 흙 뉠 땅'이다. 쥘 흙은 있어도 몸을 뉠 땅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희망의 노래라는 뜻이고, 살아있는 것 자체가 희망이라는 믿음을 담고 있다.
"현실의 근원에 대한 얘기들이 탄광촌만을 가리키는 건 아닙니다. 불황이 닥친 경제 현실과 환경을 보면 서울이 더 탄광 같고, 신음하는 실업자들은 광부와 다름 아니죠. 이번에 '해토머리'(눈 녹는 시기)를 많이 보여준 것도 그런 마음입니다. 불경기가 길어지지만 눈도 얼음도 언젠가 녹으니까요."
작가는 "그림을 통해 '너무 편안한 잠자리'를 가진 이들에겐 경각심을, '불편한 잠자리'인 사람들에게 안식을 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인물화가 줄고 풍경화가 많아진 것에 대해 "탄광이 문을 닫고 카지노ㆍ호텔이 들어선 탓에 광부와 동네 사람들이 많이 사라졌다"면서 "사람이 떠난 자리에 남겨진 자연을 그렸고 앞으로도 금강산, 백두대간 같은 우리 산하(山河)를 그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똥물화가, 향수를 자극하다=미술계의 명망과 달리 태백에서 그는 "아무데나, 똥물 위에 앉아서도 그림을 그린다" 고 해서 '똥물화가'라 불린다. 소박한 화가의 토속적 색감의 비결은 '흙'이다.
"유화물감은 너무 번들거리잖아요. 우리 흙이 가진 본질적인 생명력은 담담하면서도 유별나지 않고, 차분하며 소박한 한국의 색을 만들어 냅니다. 20년 전, 비싼 물감이 없어 시작한 흙과 석탄가루 기법이 제 장기(長技)가 됐습니다. 따라 하는 작가들도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추웠던 시절, 잊혀진 고향을 그린 작품들은 향수를 자극한다. 어두워도 처참하지 않고, 빛은 밝기보다 온기가 강하다. '어머님 전상서'는 금의환향하고 싶었던 아들이 어머니가 기다리는 집을 바라보는 작품으로 중년남성의 감성을 자극한다. 강원도 풍경부터 텃밭과 골목길 등 60여점이 전시된다. (02)7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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