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로 접어든 이번 하락장에서 그동안 투자실력을 자랑해 온 외국인보다 국내 기관들이 더 뛰어난 방어 능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은 기관들이 ‘입질’하는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시장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1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폭락장이 시작된 지난달 12일부터 지난 9일까지 기관과 외국인 순매수량 상위종목의 수익 성적표를 비교한 결과, 기관이 사들인 종목의 주가 낙폭이 외국인 매수 종목보다 2%포인트 가량 작은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들이 떠나기 급급했던 증시에 주식형펀드 물량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지수를 떠받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기간동안 기관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수익률 상승 종목은 한 개. 나머지 9개 종목은 주가 하락을 면하지 못했지만, 평균 낙폭이 10.97%에 그쳐 코스피지수 하락률인 14.7%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올렸다. 유일한 상승종목인 SK네크웍스의 경우 지난 주의 연속 오름세에 힘입어 폭락장에서도 주가가 31.67%나 올랐으며, 가장 많이 사들인 하이닉스는 하락률이 5.06%에 그쳤다. 외국인도 순매수 종목의 낙폭이 지수 하락률보다는 적었지만, 기관에는 미치지 못했다.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종목 중 기관과 마찬가지로 한 개 종목이 오르고 나머지는 모두 떨어졌지만, 상승 종목인 현대오토넷의 수익률은 1.45%에 그쳤고 나머지 9개 종목 평균 하락률은 12.82%에 달했다. 가장 많은 양의 주식을 매수한 서울증권 주가는 17.18% 떨어졌다. 이처럼 그동안 개인들의 벤치마킹 대상이던 외국인보다 기관들이 더 뛰어난 방어력을 보임에 따라, 하락장에서 마땅한 투자대안을 찾지 못하는 개인 투자자라면 기관 순매수 종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인들은 최근 한달 동안 가장 많은 수의 주식을 사들인 10개 종목 주가가 평균 23.76% 하락, 기관보다 두 배 이상 큰 낙폭을 기록하며 또다시 집중 타격을 입었다. 정영완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기관의 경우 펀드 편입 종목을 한꺼번에 사들이기 보다는 일정 기간동안 꾸준히 매수하므로, 개별 종목을 고를 때는 각 증권사가 제공하는 투자주체별 매수추이 정보를 확인해 기관이 순매수하기 시작한 종목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 내 펀드 시장이 상당히 커지고 있어 5년 뒤에는 한국 증시의 주도권이 외국인에서 국내 자금으로 넘어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한편 기관이 최근 10일 이상 꾸준히 사들이고 있는 종목은 신흥증권과 동부건설, 금호타이어, 제일모직, CJ, 신세계I&C, GS, 현대제철, 이건산업, 동양석판 등이며 이중 신흥증권에 대해서는 26일 연속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또 5거래일 연속 순매수 종목은 대림산업, 삼성화재, 화성산업, 계룡건설, 금강공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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