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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조선시대 가수도 가창력보다 외모 봤다

■한국 음악의 거장들(송지원 지음, 태학사 펴냄)<br>거문고 대가 오희상·대금 명인 김계선 등<br>삼국시대 이후 52명 음악인의 인생 담아

서울대학교 박물관이 소장한 '선조조기영회도' . 1558년 선조가 베푼 기영회의 장면을 그린 것으로 화면 아래에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음악을 담당하던 관청인 장악원 소속 연주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제공=태학사


조선의 음악이 기녀와 예인들만의 것이었다는 생각은 오해다. 일례로 거문고는 선비의 악기였고 정신 수양의 필수 도구였다. 공부를 하다 잠시 속된 생각이 들거나 마음이 안정되지 않을 때 조선의 문인들은 자신을 이기는 방법으로 거문고를 연주하곤 했다. 속세에 시달려 일렁이는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데 거문고의 느짓한 선율은 더없이 좋았다. 이는 비단 조선뿐이 아니었는데, 공자 문하의 70여 제자들도 '금(琴ㆍ거문고)을 연주하고 시를 외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거문고 연주로 이름난 조선의 선비로 오희상(1763~1833)이라는 인물이 있었는데, 그는 늘 거문고를 곁에 뒀지만 연주하지 않아야 할 5가지 상황인 '오불탄(五不彈)'을 두고 연주에 임했다. 첫째, 강한 비바람이 내릴 때나 둘째, 속된 사람을 대하고는 거문고를 연주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저잣거리에서 혹은 앉은 자세가 적당치 못할 때, 의관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때도 결코 연주하지 않았다. 고위 관료의 집안에서 태어나 학문도 깊었던 오희상은 이처럼 거문고를 단순히 기교를 연마하는 악기 이상으로 생각했고, 도(道)를 싣는 물건으로 인식해 "거문고의 묘함은 정신에 있지 소리에 있지 않다"고 항상 말해왔다.

책은 이같이 조선시대 문인의 음악은 물론 삼국시대부터 활약해 온 우리 음악인들의 삶과 각종 전통 악기들의 유래와 역사를 각종 문헌 및 그림 등을 자료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서울대에서 음악사상사와 음악문화사를 전공한 문학박사이자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에 재직 중인 송지원 교수. 총 52명의 우리 역사 속 음악 거장들을 찾아냈다.

조선에서도 가수가 가창력보다 외모로 평가된 바 있는데 정조 때 문체반정(한문의 문장체제를 순정고문으로 회복하자는 문예운동)의 주인공인 이옥(1760~1812)의 문집에 등장하는 남학(南鶴)이 그랬다. 그가 어두운 기생방에서 노래를 부르면 목소리에 반한 기생들이 다정하게 굴다가도 '사자의 코와 늙은 양의 수염, 미친개의 눈'을 가진 추한 외모를 보면 비명을 지르다 못해 서서 울어버릴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조선총독부도 '알아서 모신' 대금의 명인 김계선(1891~1943)의 일화도 흥미롭다. 구한말에 태어난 탓에 벼슬을 할 수 없었던 그는 내영(內營)의 취악대인 겸내취(兼內吹)가 되면서 조선 왕실의 아악부에서 주목받는 악사가 됐다. '대금의 신선'이라는 칭송을 받아, 조선총독부의 통제를 받던 경성방송국에서도 그를 초청해 대금연주로 라디오 전파를 타기에 이르렀다.

그런가 하면 조선시대에도 국악과 양악의 만남이 성사됐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청나라지식인과 교류한 기행문인 '담헌연기'를 쓴 담헌 홍대용(1731~1783)은 당시 청나라 사람들이 서양악기인 덜시머와 쳄발로를 모방해 제작한 양금(洋琴)을 국내에 소개했다. 양금을 들여온 홍대용은 수년의 노력 끝에 조선 고유의 양금 연주법을 터득해 18세기 다른 문물들 간의 융합을 이뤄냈고, 연암 박지원이 이를 글로 기록했다.

이외에도 천재음악가 모차르트 못지않은 괴짜였던 퉁소의 달인 장천용을 비롯해 노비 신분임에도 예조판서 이정보와 심용의 후원으로 훗날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무대에까지 선 여성음악인 계섬, 음악이론가로서 정조와 절대 음감의 소유자였던 세조의 이야기 등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2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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