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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26·삼성생명)의 메이저대회 도전사는 곧 한국 레슬링의 역사였다. 1일 김현우가 그랜드슬램 대기록을 수립하면서 한국 레슬링도 보란 듯 어깨를 폈다.
김현우는 1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급 결승에서 가나부코 다케히로(일본)를 4대0으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두 차례 아시아선수권 우승(2010·2013년) 기록을 보유한 김현우는 이번에 아시안게임마저 제패하면서 4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한국 레슬링 사상 그랜드슬램을 이룬 선수는 박장순(자유형 대표팀 감독), 심권호(대한레슬링협회 이사)에 이어 김현우가 3번째다. 명실상부한 '레전드'로 역사에 남게 된 것이다.
세계랭킹 1위 김현우는 8강전에서 사마트 시르다코프(키르기스스탄)를 3대0으로, 4강전에서 도크잔 카르티코프(카자흐스탄)를 실격(3차례 경고)으로 꺾으며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인 가나부코도 적수가 되지 못했다. 1라운드 2분여 만에 얻은 파테르에서 가로들기로 상대를 뒤집어 2점을 따낸 김현우는 2분30초에 다시 한 번 가로들기로 가나부코를 뒤집고 2점을 추가, 승기를 잡았다.
김현우는 한국 레슬링의 '암흑기'였던 2010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해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한 김현우는 그러나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회전에 탈락하는 좌절을 겪었다. 2년 뒤 런던 올림픽 무대에 다시 선 김현우는 부러진 엄지와 퉁퉁 부은 눈으로 정상에 올라 한국 레슬링에 8년 만의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했다. 이후 아시아선수권·세계선수권 우승 등 올해 7월까지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는 '불패 행진'을 벌였다. 김현우는 특히 런던 올림픽에서 66㎏급 금메달을 딴 뒤 74㎏급(현재 75㎏급)으로 한 체급을 올리자마자 연승 행진을 벌이는 괴력을 과시했다.
이어 아시안게임까지 '접수'한 김현우는 2016년 리우 올림픽도 바라보고 있다. 심권호에 이은 역대 두 번째 올림픽 2연패가 목표다. 김현우는 "한국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고 그랜드슬램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어 기쁘다"면서도 "사실 내 꿈은 오로지 올림픽 금메달이었고 그 이상을 상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 그랜드슬램을 이뤘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처럼 훈련은 힘들어도 즐기다 보니 좋은 성적이 나왔다. 고된 훈련과 긴장감으로 불면증까지 왔었는데 이제 집에서 1주일간 푹 자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열린 남자 그레코로만형 66㎏급 결승에서는 류한수(26·삼성생명)가 마쓰모토 류타로(일본)를 2대0으로 꺾고 우승했다. 류한수는 아시안게임 첫 출전에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류한수는 "자나 깨나 훈련뿐이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밖에 이세열(24·조폐공사)은 오른쪽 어깨가 빠진 상태로 나간 그레코로만형 85㎏급 결승에서 루스탐 아살카로프(우즈베키스탄)에게 져 은메달을 땄고 그레코로만형 130㎏급 김용민(26·인천환경공단)도 누르마칸 티나리예프(카자흐스탄)에게 0대5로 져 준우승했다. 한국 레슬링은 이날만 금 2개, 은 2개를 따는 등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6개를 수확해 부활을 알렸다. 금메달 수로 이란(6개), 일본(4개)에 이어 3위.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의 '노 골드' 수모를 안방에서 씻은 것이다. /양준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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