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히틀러를 연상시킨다며 '최틀러'로 불리는 최중경(사진) 지식경제부 장관이 결국 정치권에서 괘씸죄에 걸렸다. 최 장관이 정치권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자 여야에서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혀 국회에서 사실상 '나홀로 청문회'를 받게 됐다. 여야는 12일 추가로 본회의를 열어 최 장관만을 대상으로 긴급현안질의를 열기로 8일 결정했다. 최 장관은 이날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야 함에도 이틀 전인 지난 6일 오후7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전화로 불참을 통보한 뒤 11시에 출국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나라당에는 서면으로 통보했다. 국회법상 국무위원이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려면 사전에 상황을 설명하고 여야 동의를 거쳐 국회의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기름값 등 물가 관련 현안을 중시했던 민주당은 최 장관의 불참을 반대했다. 그런데도 그는 개의치 않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에너지 국제 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떠났다. 최 장관의 이런 태도에 대해 여당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출국하기 전) 박지원 원내대표의 집에 찾아가서라도 꼭 허락을 받으라고 했는데 듣지 않았다"면서 "평소에도 뻣뻣해서…"라며 혀를 찼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최 장관이 취임 이후 첫 번째 국회에서도 국제회의 참석차 불참했는데 이번에도 국회에 예의를 갖추지 않고 불참했다"면서 "최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부터 문제점을 노출했다"고 꼬집었다. 최 장관은 이날 본회의에 불참한 다른 장관들이 감수해야 할 매까지 대신 맞았다. 이날 본회의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은 첫날과 둘째 날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국무위원 4명이 불출석했다고 지적한 뒤 최 장관을 겨냥해 "의장이 승인도 해주기 전에 장관은 외국으로 가버리고 없다.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그런 식으로 하고 있는지…"라고 질타했다. 최 장관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을 비롯해 정책분야에서도 거침없는 소신을 밝혀 정치권 비판의 표적이 됐다. 최 장관이 최근 "국과위는 과학연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방향성만 제시해야지 자원배분과 통제를 위한 조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에 대해 국과위 설립을 주장했던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은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국과위를 지경부 마인드로 운영하려는 것"이라면서 "국과위 법안에 연구개발(R&D) 예산 배분ㆍ조정 권한이 있는데 현직 장관이 법안에 있는 내용을 부인하나"라고 비난했다. 최 장관은 경기고와 서울대 선배이자 여권에서 한때 경기 분당을 지역 4ㆍ27 재보궐선거 후보로 거론됐던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과 마찰을 빚으며 "자제하라"는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최 장관을 동정하거나 감싸는 의견도 있다. 대의기관인 국회의원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정도로 정치권에 유연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치권이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관료 출신인 한 한나라당 의원은 "관료로서 그만한 인재도 없다. 오만해 보인다고 하지만 누구 눈치 보지 않는 평소의 습관이 여과되지 않고 나타난 탓"이라고 옹호했다. 한편 최 장관은 정치권뿐 아니라 재계와도 기름값 인하 압박을 넣으며 불편한 관계에 있다. 그는 최근 "영업이익이 나는 정유사들은 적자를 내는 한국전력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면서 "성의표시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구체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 정유업계 1위인 SK에너지가 기름값을 인하하겠다고 밝히자 '초과이익공유제가 반시장적이라던 최 장관이 재계에 오히려 더 가혹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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