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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알츠하이머와의 고독한 싸움
입력2004-06-06 15:29:07
수정
2004.06.06 15:29:07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한 대통령 로널드레이건(93)은 지난 1994년 가을 한 장의 편지 속에서 알츠하이머 초기증상임을 공개한 이후 5일 타계할 때까지 거의 10년 세월을 고독하게 투병해왔다.
금슬좋았던 부인 낸시 레이건 여사가 "이 병의 최악은 추억을 함께 할 사람이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나눌 추억이 많은데...'라고 아쉬워했던 것처럼 그가 살아온인생에 대한 모든 기억조차 사라진 가운데 벌인 쓸쓸한 싸움이었다.
두문불출했기 때문에 레이건이 고약한 병마인 알츠하이머와 어떻게 싸워왔는지도 공개돼 있지않다.
낸시 여사와 딸 패티 데이비스, 아들 론의 극진한 수발을 받아왔다는 것을 제외하곤 지난 2001년 가을 로스앤젤레스 인근 벨 에어의 자택에서 발을 헛디뎌 엉치뼈를 다쳐 병원에서 외과수술을 받고 1주일뒤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진 병력의 거의 전부다.
레이건의 생모와 형이 알츠하이머로 고통을 받았다는 기록으로 볼 때 그는 이질환에 대한 가족 병력의 덫을 벗어나지 못했을 뿐이다.
할리우드 스타에서 캘리포니아 주지사(1967-1975)를 거쳐 백악관까지 진출한 그는 대통령 임기 말 주치의에게 "오늘 선생에게 들려줄 말 세 가지가 있소. 하나는내 기억력에 약간 문제가 있다는 건데, 나머지 둘은 영 기억이 안나는 군"이라고 말한 일화가 있을 만큼 그는 알츠하이머의 그림자가 자신에게 가까이 오고 있었음을감지하고 있었던 듯 하다.
특히 그는 백악관에서 물러난 지 5년만에 발표한 국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제 나는 내 인생의 일몰에 이르는 여정"을 시작했다고 말해 미국인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후 공식 석상에 단 한 차례도 나타나지않은 채 투병생활을 해 온 레이건은 뇌세포 파괴로 정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억력과 지적 능력이 급속히 떨어졌다.
그의 아들 론은 지난 해 '에스콰이어' 6월호 기고에서 "친숙한 이름도 잊고 수십년앞뒤의 일들을 뒤죽박죽 섞어버리고 있다"며 아버지의 병세를 전해 알츠하이머가 상당히 진행, 죽음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2000년 4월 89회생일때 신체적 정신적 기능이 악화, 낸시를 제외하곤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발표와 달리 론은 당시 여전히 "(아버지) 뺨은 불그레하고 머리 숱도 많다"고 말했지만 딸 패티는 최근 그가 더 이상 말도 할 수 없을 뿐 더러스스로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밝혔다.
레이건은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사실을 밝힌 이후 얼마간은 LA 인근 센추리시티의 사무실을 오가기도 했으나 병세가 차츰 악화, 지난 1997년 2월에는 조지 슐츠 전국무장관과 차를 마시며 얘기하면서도 대기해있던 간호사에게 "소파에 낸시와 함께앉아있는 이가 누구냐?"고 물을 정도였다.
그로부터 2년뒤인 1999년에는 개인사무실 발길을 끊었고 공원을 산책하거나 전현직 대통령 경호를 맡고 있는 미 연방 재무부산하 비밀경호대(SS) 요원들의 보호를받으며 베니스비치를 찾기도 했으나 마침내 영원한 휴식을 취하게 됐다.
/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용윤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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