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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11월 26일] <1560> 냉동열차


25마리. 화차 한 량에 실을 수 있는 소의 최대치다. 미국에서 기차를 이용해 소를 운반한 시기는 남북전쟁 직후. 운임이 싸지 않았지만 축산유통 업자들은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 카우보이들이 소떼를 몰고 소비도시까지 몇 개월 동안 수천㎞를 이동하던 옛 방식보다는 경비가 훨씬 덜 먹힌 덕분이다. 수요는 발명을 낳는 법. 늘어나는 쇠고기 수요에 보다 많은 소를 화차에 태울 방법을 고민하던 시카고 축산업자 겸 발명가 서덜랜드(J B Sutherland)는 화차의 양끝을 얼음으로 채우고 환풍장치를 단 냉동열차를 발명해 1867년 11월26일자로 특허를 따냈다. 냉동열차에 적재 가능한 쇠고기도 120두로 늘어났다. 산지에서 도살해 차곡차곡 쌓으면 그만이었다. 소비자들은 냉동된 쇠고기를 꺼렸으나 곧 취향을 바꿨다.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당시 산지의 소 가격은 2~6달러. 소비도시까지 운반돼 도축된 소 가격은 10~20배나 됐지만 냉동육 가격은 그 절반에 불과했다. 냉동열차는 축산을 산업으로 만들었다. 곳곳에 육가공 공장이 들어서고 냉동선까지 개발돼 미국산 쇠고기는 대서양을 건너 유럽에 팔려나갔다. 남북전쟁 직전까지 1,200만달러 수준이었던 미국의 적색육류시장은 20세기 초반 40억달러 수준으로 커졌다. 아르헨티나와 호주ㆍ뉴질랜드가 적극적으로 축산업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도 냉동열차와 냉동선이 등장한 뒤부터다. 육류 산지에서 소비도시까지 이동한 시간과 공간을 단축시켜준 냉동열차가 첫 선을 보인 지 142년. 대량 소비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0%가 가축을 먹이는 데 쓰이고 대규모 축산으로 환경오염도 심각해지고 있다. 냉동열차는 축복과 재앙을 동시에 적재한 기술적 진보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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