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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민주주의 강요하는 미국

이재용 기자 <국제부>

세계에서 미국만큼 민주주의와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나라도 없는 것 같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기 취임식에서 밝힌 대외정책의 핵심목표도 바로 ‘자유와 민주주의 확산’이다. 급기야 미국은 지난주 국가별 연례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민주주의 증진법을 상하원에 동시 상정하며 세계 민주주의와 인권 수호자로서 행동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미국의 인권보고서가 세계 196개국의 인권상황을 다루면서도 정작 미국의 인권침해 사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인권침해국으로 거론한 중국과 러시아ㆍ인도ㆍ태국 등이 발끈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와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포로수용소에서 수감자를 학대한 사실이 드러난 미국이야말로 심각한 인권침해국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미국이 전세계 독재국가들을 민주화시키겠다며 상정한 민주주의 증진법도 논란의 대상이다. 미국은 자신들이 마음만 먹으면 전세계 어디에든 미국식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하다. 실제로 미국은 최근 레바논ㆍ이집트 등 중동의 민주화 도미노 현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 같은 생각은 오히려 해당국 국민들의 저항을 불러와 의도한 바와 다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때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불렸던 남미에 좌파 정권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1일 우루과이에서 170년 만에 첫 좌파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남미의 좌파 정권은 브라질ㆍ칠레ㆍ베네수엘라 등 모두 6개국으로 늘어났다. 대부분 90년대 친미 보수정권들이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접목하는 과정에서 빈부격차ㆍ인플레이션 등 부작용이 확대되며 반대급부로 좌파 정권이 들어선 경우다. 미국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외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일방적으로 다른 나라에 강요한다면 상황이 다르다.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은 해당국 국민들의 요구와 점진적 노력에 의해 이뤄져야만 한다. 강대국이 선심 쓰듯 일방적으로 건네주는 선물이 아니다. 더구나 미국이 상대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거론하는 데 정치ㆍ경제적 의도가 숨겨져 있다면 더욱 우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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