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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칼럼] 경제는 퀴즈가 아니다

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어느 날 집에 들어갔더니 ‘경제위기다’ ‘아니다’고 하는 얘기 중에 어느 게 맞느냐고 아내가 물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 해답보다도 우리 경제가 필요로 하는 적절한 처방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는데 사실 위기란 단어는 경제용어가 아니다. 보편적으로 쓰는 용어는 경기침체인데 2분기 연속해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때를 의미하는 개념정의가 확실한 말이다. 주관적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경제위기 논쟁을 정부가 유도했는지 또는 휘말려들었는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이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재정경제부의 국장이 ‘한국경제를 위기로 보는 것은 무리’라는 칼럼을 쓰는가 하면 통화정책의 최고 책임자인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경제는 위기를 먹고 커온 경제”라는 체질론까지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므로 불안감을 없애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국민들은 정부의 말을 잘 믿지 않고 오히려 정부가 나설수록 의구심을 키운 것이 그 동안의 서글픈 경험이다. 나아가 지금의 위기논쟁은 개혁과 맞물려 편가르기 양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위기라고 하는 주장은 자칫 개혁을 피하기 위한 구실로 인식되는데 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통해 ‘위기론은 본질적으로 낡은 패러다임을 유지하고자 하는 기득권 보호의 이데올로기’라고 밝힌 것이 좋은 예다. 이렇게 편을 나누다 보니 위기의 실체가 무엇인지, 개혁의 내용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의나 이해가 이뤄지지 않은 채 서로가 자기 주장만 정답이라고 우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경제는 퀴즈가 아니다.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모두가 지혜를 모아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이 개혁이든 아니든 우리 공장을 돌리고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마련하고 성장동력을 회복할 수 있는 일이면 이를 추진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시장기능에 맞지 않고 경기회복과 내수진작에도 나쁜 영향을 주므로 반대한다고 밝힌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대통령의 판단이 최선의 선택인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심층 논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위기논쟁이나 개혁논쟁과 같은 이분법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실용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적절한 방향설정이다. 또한 정부가 토지에 대한 규제나 시장의 경쟁제한적 규제를 풀어 투자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도 옳은 일이다. 사실 위기논쟁을 촉발하게 된 핵심적인 문제는 소비와 투자의 부진이라고 볼 수 있다. 수출은 지난해 두자릿수의 성장에 이어 올해 무려 25% 이상 늘고 있는데 소비와 투자는 4분기 연속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소비가 안되다 보니 체감경기는 나빠지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니 우리 경제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늘게 된 것이다. 정부는 과거 경험에 비추어 수출증가가 내수증가를 유발해 경기가 곧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활발한 수출로 가동률이 높아지고 재고도 감소해 기업이 더 이상 미루지 않고 투자할 것이며 수출상품 생산으로 고용과 임금이 늘어나 소비도 활성화되리라는 분석이다. 반면에 민간 연구기관에서는 수출이 대기업이 주도하는 반도체ㆍ휴대전화ㆍ철강 등 몇몇 품목에 한정돼 있어 파급효과가 크지 않으며, 또한 미국과 중국의 긴축정책으로 수출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고 분석한다. 경제위기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을 바꾸면 현재 우리 경제가 경험하고 있는 수출과 내수의 괴리현상을 줄이고 그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생산적인 정책논의로 발전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끝으로 위기론의 공방과정에서 부정적 효과가 강조된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도 올바른 평가를 해야 한다. 미국이 경기회복에 성공한 이면에는 부시정부 초기의 감세정책이 있었고 일본이 십년이 넘는 장기불황에 빠진 데는 구조문제뿐 아니라 경기부양책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한 탓도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면 정부 지출을 늘려 투자를 촉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인위적’이라는 잣대에 의해 정부의 역할이 배제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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