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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문화산책] 방송언어와 TV연속극

방송의 영향력이 신문을 앞질렀다고 한다. 이제는 그 영향력이 인터넷에 밀렸다고도 하지만 아직도 만백성 우민화 작업에 기여하는 방송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방송의 역기능이 해결되려면 아직도 멀었다. 특히 저질 오락프로 추방과 방송언어 순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출연자들이 어법ㆍ문법에 맞지 않는 말을 쓰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좌담회나 연속극도 그렇고 오락프로는 말할 나위도 없다. 왜 이처럼 틀린 말, 잘못된 말들이 방송에서 난무하는가. 우리말도 제대로 쓸 줄 모르면서 수백수천만 시청자를 상대로 허튼 소리나 늘어놓고 질의 향상보다 광고수익 증대를 위한 방송시간 연장이나 꾀해서야 되겠는가. `바른말 고운말`에서 아나운서가 이런 말은 틀리고 저렇게 쓰는 것이 옳다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그런데 이어서 나오는 `동물의 왕국`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해변ㆍ해안은 거의 어김없이 `해변가`나 `해안가`라 하고 모래밭ㆍ백사장은 `모래사장`이라 하기 일쑤다. 이런 쓸모없는 겹말의 행진은 `동물의 왕국`뿐만 아니다. 관중들ㆍ제작진들ㆍ제장(諸將)들, 박수치다, 푸른 창공, 늙으신 노부모, 남은 여생, 소외감을 느낀다, 관점(시각)에서 본다느니 하는 소리가 거침없이 자주 튀어나온다. 이것은 바른말의 성찬이 아니라 망발의 난장판이다. 틀린 말을 쓰는 경우 연속극은 더한데, 특히 사극이 그렇다. 고려 중기 원(元)의 압제를 받을 때 들어온 `마마`라는 호칭이 삼국시대와 고려 초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는 사극에 나오는가 하면, 일제강점기에 굴러들어온 민초(民草)ㆍ중차대ㆍ일변도ㆍ일가견ㆍ기라성이니 하는 일본식 용어가 왕조시대 사극에서 뻔뻔하게 뛰쳐나오기도 한다. 단순히 극의 재미를 살리기 위해서라는 핑계로 문정왕후의 동생 윤원형을 오라비로 둔갑시키는 역사의 왜곡도 서슴지 않는다. 박학다식하다는 유명인사가 나와서 침을 튀기며 열강하는데 `가르치다`와 `가리키다`도 구분 못하는 것이 아닌가. 방송작가의 나이가 젊어지는 것과 반비례로 연속극에서 예의범절은 갈수록 엉망이다. `편찮으시다`는 말이 사라진 대신 `아프시다`는 말이 버젓이 통용되고 `어른을 모셔간다`는 `데려간다`로 변해버렸다. 이러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대사도 곧 `부모님이 죽었다`로 바뀔까 두렵다. 끔찍한 일이다. <황원갑<소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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