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데뷔 첫해 탈삼진 타이틀 획득도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ㆍLA 다저스)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내셔널리그 탈삼진 공동 4위(46개)에 올랐다.
류현진은 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끝난 콜로라도전(6대2 다저스 승)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2실점으로 시즌 3승을 달성했다. 총 3승1패, 평균자책점 3.35. 팀 타율(0.285)과 장타율(0.468)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선두를 달려 가장 어려운 상대로 전망됐던 콜로라도를 상대로 한 호투라 더 빛이 났다. 류현진은 타석에서도 메이저리그 첫 타점을 신고했다. 3타수 1안타를 기록한 류현진의 시즌 타율은 0.333이 됐다.
류현진은 이번 경기에서 삼진을 무려 12개나 잡았다. 지난달 14일 애리조나전의 9개를 넘어 메이저리그 데뷔 후 가장 많은 탈삼진이다. 한국인 메이저리그 최다 탈삼진인 박찬호의 14개(2000년 밀워키전)엔 못 미쳤지만 의미 있는 기록을 남겼다. 류현진은 6이닝 이하를 던지는 동안 12탈삼진 이상을 기록한 역대 다섯 번째 다저스 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또 다저스 신인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2위 기록도 작성했다. 1위는 1995년 노모 히데오(일본)의 13개다. 6경기 37과3분의2이닝 동안 46개의 삼진을 뺏어내 한 이닝 평균 1.24개를 기록한 셈인 류현진은 내셔널리그 탈삼진 선두인 A J 버넷(48개ㆍ피츠버그)과의 격차가 불과 2개다.
◇6회 초 2사 2ㆍ3루=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동시에 신인 류현진에게서 대투수로의 성장 가능성이 엿보인 순간이었다. 류현진은 2사 2루에서 볼넷과 도루를 동시에 허용해 2사 1ㆍ3루에 몰렸다. 이어 터진 마이클 커다이어의 2루타로 2실점. 2사 2ㆍ3루의 위기는 계속됐다. 6대2로 앞서고 있었지만 안타 한 개면 2점 차, 홈런 한 방이면 한 점 차로 쫓길 상황이었다. 당시 류현진의 투구 수는 정확히 100개였고 다음 타자는 전날까지 타율이 0.364인 5번 타자 조던 파체코였다. 더욱이 곤살레스의 볼넷 때부터 주심의 일관되지 않은 볼 판정으로 심기가 불편한 상황이었다.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 하지만 마운드를 찾은 투수코치의 다독임에 고개를 끄덕인 류현진은 파체코를 5구 만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2개째 삼진이었다. 류현진은 파체코에게 145~150㎞의 직구만 5개를 던졌다. 이날 결정구로 던진 커브(변화구)에 콜로라도 타자들이 적응해오자 직구로만 승부를 거는 작전으로 허를 찌른 것이다.
◇도우미도 빛났다=가수 싸이가 관중석에서 '젠틀맨' 안부를 선보이며 류현진을 응원한 가운데 포수 A J 엘리스와 유격수 핸리 라미레스도 류현진의 3승을 도왔다. 첫 경기인 지난달 3일 샌프란시스코전 이후 근 한 달 만에 류현진과 호흡을 맞춘 엘리스는 류현진의 커브 각도가 예사롭지 않음을 파악하고 이에 맞춘 볼 배합으로 탈삼진 행진에 힘을 보탰다. 12개의 탈삼진 가운데 5개가 커브로 잡은 삼진이었다. 부상 탓에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다저스 대표 스타 라미레스도 류현진이 마운드에 있을 때 1점 홈런을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도우미' 구실을 톡톡히 했다. 라미레스는 유격수 수비에서도 8회 어려운 타구를 더블 플레이로 엮어 한꺼번에 2아웃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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