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을 기르기 위해 오로지 육아와 가사에만 전념해오던 전업주부 임은아씨는 여느 때처럼 간식을 먹으며 아이와 이야기를 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됐다. A라는 친구가 자신의 아이를 때린다는 얘기였다. A는 아파트 바로 앞 동에 살면서 집에 자주 놀러 오던 아이였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그 집에 찾아가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임씨는 다른 선택을 했다. A에게 '밥'을 해주기로 결심한 것이다. A가 어머니 없이 아버지와 살고 있으며 할머니가 몇 개월씩 들러 보살펴주고 있다는 사정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자녀와도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양해를 구했다. 그렇게 간식이며 밥을 해 먹이기를 두어 달. A는 폭력을 멈추고 오히려 아이의 편을 들어주기도 했다. 두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는 친구 사이다.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마음 편할 날이 드문 요즘, 이런 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해낸 선배 부모들의 수기가 30일 공개됐다. 임씨의 사연은 교육과학기술부 주최 학교폭력예방 학부모수기 공모전에서 '밥상머리교육'과 '나만의 자녀 소통법' 두 개 부문 중 밥상머리교육 대상을 차지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총 421편의 수기 중 대상 2명, 최우수상 4명, 우수상 6명을 포함해 총 12명의 작품이 선정됐다. 앞니가 부러질 정도로 또래 아이들에게 폭행을 당한 아들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면서 자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터득하고 자녀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부모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표현돼 있다.
공모전 수상작은 전국학부모지원센터 홈페이지 '학부모온누리(www.parents.go.kr)'에 게재되며 시ㆍ도교육청 및 학교 홈페이지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웹북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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