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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칸 영화제 진출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삶의 해학·유머 스크린에 수놓다

부안 어촌마을 모항 배경<br>佛 감독·유부녀·이혼녀 등 같은 듯 다른 '안느' 등장<br>바닷가 정취도 마음껏 느껴


"한국 사회, 한국 영화 대부분이 왁자지껄하고 번잡해요. 그런데 이 사람 영화는 단아하고 조용한 매력으로 우리들에게 위로를 주죠"

영화 '돈의 맛'의 임상수 감독은 홍상수 감독 영화의 특징을 이렇게 표현했다. 임 감독과 함께 제65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홍상수 감독의 13번째 장편 영화 '다른 나라에서'도 일상에서 의미를 찾는 홍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난다.

전라북도 부안의 작은 어촌 마을 모항, 어머니(윤여정)와 함께 빚에 쫓겨 내려온 영화과 학생(정유미)이 혼자서 써 내려가는 시나리오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단편 시나리오에는 안느(이자벨 위페르)라는 이름의 세 여인이 등장, 차례로 모항을 찾는다. 첫 번째 이야기는 잘 나가는 프랑스 감독 안느가 친분이 있던 한국 감독 종수와 그의 아내와 함께 휴양지에 놀러 오게 되면서 펼쳐진다. 2부에서는 한국 남자를 비밀리에 만나는 유부녀 안느 이야기가, 3부에서는 한국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기고 이혼 당한 안느가 한국의 한 민속학자와 휴양지에 놀러 와 종수 부부 (권해효, 문소리)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 이야기에는 공통적으로 해상 안전 요원(유준상)이 등장해 안느와 등대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영화는 같은 듯 다른 상황을 반복한다. 주인공들은 어색한 대사가 아닌 별스럽지 않은 일상의 언어를 주고 받는다. 안느에게 내뱉는 영어조차 유창함보다 구수한 한국식 영어에 가깝다. "한국인이 외국인을 만났을 때 건네는 말과 행동들이 비슷하게 반복되고, 그것을 과장되게 밀어붙이면 뭐가 나올까 궁금했다"는 홍 감독, 그가 특유의 스타일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담아낸다. 관객들은 해상 안전 요원(유준상)과 종수(권해효)의 엉뚱하고 지질한 행동을 통해 외국 여자들을 조우했을 때 나타나는 특유의 호기심과 통제할 수 없는 남자들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유부녀 안느와 불륜 관계에 빠진 중견 감독 문수(문성근)가 자의식 과잉의 모습을 보이며 사람들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모습에서는 웃음이 나기도 한다. "일상은 무한한 금광(金鑛)"이라 말하는 홍 감독은 거창한 영화적 장치와 메시지보다 이렇듯 소소한 일상에 돋보기를 들이대며 그 속에 담긴 삶의 해학과 유머, 의미를 꾸밈없이 전한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는 늘 특유의 공간이 있었다. '생활의 발견'의 경주와 춘천,'밤과 낮'의 프랑스 파리, '잘 알지도 못하면서'의 제주도와 제천, '하하하'의 통영, '옥희의 영화' 의 아차산, '북촌방향'의 북촌. 그의 13번 째 신작은 전라북도 변산반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한다. 변산반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모항, 영화는 서해안 최고의 절경을 직접적으로 담지 않았음에도 주인공들의 모습 뒤로 펼쳐지는 수려한 색감의 풍경들을 통해 서해안 작은 바닷가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한다. 3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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