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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 주식 양도차익 과세에 대한 방안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면서 조세당국도 주식 양도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수년을 끌어온 해묵은 논쟁이지만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지면서 차제에 방향을 정해보겠다는 심산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2일 기자들과 만나 "주식 양도차익 과세안도 세법개정 검토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조세당국에 따르면 재정부는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세제실 소득세제과에 '금융소득세제팀'을 신설했다. 주식 양도차익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 수준을 높이고 세원을 넓히겠다는 의미다.
재정부는 일단 어떤 방식으로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선진국들은 대부분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하고 있다"며 "큰 방향에서 보자면 과세를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재정부는 당장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소액주주 양도세를 확대하는 식의 과격한 세제개편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도 이날 개인 주식 양도차익 과세와 관련, 검토 대상에 들어간다면서도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현행 세법은 코스피 상장사 지분의 3% 또는 100억원 이상, 코스닥은 상장사 지분의 5% 또는 5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만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율은 주식을 보유하고 1년 안에 매도할 경우 30%, 1년 이상 보유한 뒤 매도할 경우 20%다.
소액주주의 경우 주식거래 단계에서 거래세만 내면 된다. 증권거래세는 코스피는 0.15%(+농특세 0.15%)를, 코스닥은 농특세 없이 거래세만 0.3%를 부과한다.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없애고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확대할 경우 오히려 세수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농특세를 포함해 증권거래세로 확보되는 세수가 6조원 정도 되는데 주식시장이 침체될 경우 이마저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도 알을 잘 낳는 암탉을 버리고 징수에 상당한 행정력이 소요될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도입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주식거래로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의 상계 여부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투자자가 주식거래로 이익을 볼 때도 있고 손해를 볼 때도 있는 만큼 이익에서 손실을 빼고 과세를 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만드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당수 노령 인구의 자산 포트폴리오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본소득이 유일한 이들 계층의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시작할 경우 고령화 사회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단기적으로 증권거래세는 유지한 상태에서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의 요건을 완화해 대상을 늘리는 방식으로 정치권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일본과 같이 양도차익 과세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식 양도차익이 일정금액 이상일 경우에만 과세 대상으로 하고 장기적으로 비과세 대상 금액을 축소하는 방안도 거론될 수 있다.
다만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율은 선진국처럼 15~20% 수준이 적절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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