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집필 동기가 있다면.
△2010년 마이클 샌델의 책 <정의란 무엇인가>가 인기를 끌었다. '우리 사회에 정의를 찾고자 하는 열망이 이토록 강했구나' 감명을 받았는데 문제는 그 이후가 없었다. 정의가 없는 현실에 한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왜 아무도 정의를 이루기 위한 논쟁을 하지 않는 것일까. '정의로운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논쟁이 시작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한국 경제를 철저히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에 모든 통계적 근거도 다 제시했다. 책이 길어진 것도 그 탓이다.
◇피케티의 '자본세'는 우리나라에는 맞지 않는 이론이라 의견 밝혔는데...
△피케티는 훌륭한 학자이고 나는 그의 초기 논문을 여러 번 읽었다. 다만 그는 '자본소득률(r)'이 언제나 '경제성장률(g)'보다 높다는 것을 전제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는데 이는 우리나라에는 맞지 않는다. 내 계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35년간 금융·부동산자산의 수익률은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 우리나라는 금융자산 비율이 피케티가 다루고 있는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낮다. 이런 상황에서 자본세 도입은 의미가 없거나 부작용만을 초래할 뿐이다.
◇한국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로 '고용 없는 성장'과 '임금 없는 성장'을 말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청년들인 듯한데 조언을 해준다면.
△요즘 우리 사회는 부의 재분배와 복지를 말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고용과 임금을 통한 이익의 1차 분배조차 안 되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은 특히 이 문제를 가장 강렬하게 체험하고 있다. 해줄 수 있는 말은 저항을 하라는 것이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계급 투표를 하면 된다. 나에게 불리한 정책을 쓰고, 나의 미래를 어둡게 만드는 세력에 대해 심판을 함으로써 권리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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