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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진단] 옛소련 루블존 등 대부분 실패 … "재정·정치 통합 안되면 붕괴"

■통화동맹 역사로 본 유로존 앞날은…<br>경제규모 차이 등으로 2차 대전 이후 통화동맹 70여건 깨져<br>단일 통화-각국 정책 서로 충돌해 문제 증폭<br>해체 사전에 막으려면 미국과 같은 통합 필요


앙겔라 메르켈(가운데줄 왼쪽 두번째) 독일 총리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텔레비전 토론회에 참석해 학생들과 대화하고 있다. 이날 메르켈 총리는 유럽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재정^정치동맹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 반면 캐머런 총리는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혀 유럽통합의 꿈이 실현되기 힘든 현실을 보여줬다. /자료=블룸버그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으로 글로벌 시장이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됐지만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은 한숨 돌릴 틈도 없이 더 큰 고비를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초래할 수 있는 그리스 2차 총선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세계는 경제규모가 유로존 8위, 독일의 10분의1에 불과한 그리스가 세계 2위의 기축통화인 유로화 붕괴라는 전대미문의 '퍼팩트스톰(세계경제를 강타하는 거대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세계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유로존 해체 시나리오도 미증유의 사태는 아니다. 최근 마켓워치에 따르면 2차 세계대전 이후 통화동맹이 깨진 사례가 세계적으로 70건이 넘는다. 일찍이는 지난 1800년대 프랑스가 주도한 라틴통화동맹(LMU)부터 가장 최근에는 옛소련의 15개국이 구성했던 단일통화권 '루블존'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시도됐던 수많은 통화동맹이 유로존과 비슷한 이유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마켓워치는 역사적 사례를 돌이켜볼 때 재정통합 없는 통화동맹은 해체될 수밖에 없으며 유로존 역시 통합을 위해 한발 더 나아갈지 과거로 돌아갈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전했다.

◇1990년대 루블존 등 통화통합은 '실패'의 역사=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영국 중앙은행은 보고서에서 1994년 루블존 붕괴가 현재 유로존의 상황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15개국간 통화동맹이었던 루블존의 실패는 독립국가들 간에 이뤄지는 통화동맹의 구조적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보고서에서는 루블존이 붕괴한 데는 경제규모가 다른 국가들 사이에 '바람직한 경제개혁 속도에 대한 의견이 불일치'했던 점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경제규모가 다른 개별국가들이 자국에 맞는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게 되면서 경제가 무너지자 통화동맹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통화동맹 내 자국이기주의도 해체를 야기한 원인이다. 영국 중앙은행(BOE) 보고서는 1993년 중반 러시아 정책입안자들이 루블존을 유지하는 것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통제에 방해가 된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1865년부터 1927년까지 유지된 LMU도 지금의 유로존 모습을 연상시킨다. 프랑스 주도로 벨기에ㆍ이탈리아ㆍ스위스 등이 초기 회원으로 참여했던 LMU는 당시 회원국 확대에 적극 나섰지만 LMU가 영입하려던 당시의 강대국 영국이나 포르투갈ㆍ네덜란드ㆍ미국 등이 정책조정을 희망하지 않아 가입을 거부하고 그리스ㆍ루마니아 등 약소국들만 문을 두드렸다. 결국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재정이 취약한 국가들의 모임이 돼버린 LMU는 프랑스가 프러시아 전쟁에 패하고 힘을 잃은 순간 해체의 길을 걸었다.

비슷한 시기 스칸디나비아동맹(SMU) 역시 각국이 통화동맹과 양립할 수 없는 독자적 통화정책과 예산정책들을 쏟아내면서 해체됐다. 이밖에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된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단일통화 유지를 6주 만에 포기하고 각자의 길을 걷게 됐다.

◇통화동맹 실패 전철 답습해온 유로존=애초에 경제규모가 전혀 다른 국가들이 하나의 화폐 아래 인위적으로 모여 만들어진 유로존은 과거 통화동맹들의 발목을 잡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출범했다. 유로존은 애초에 남유럽과 북유럽 간 경제격차가 큰 상태에서 출발했고 단일통화 출범 이후에도 이는 해소되지 못했다.



오히려 역내환율이 고정되는 바람에 독일처럼 제조업이 발달한 나라는 환율이 저평가돼 경상흑자가 늘어난 반면 그리스 같은 약소국은 무역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환율조정을 못해 경제격차가 갈수록 확대됐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해법을 찾지 못하는 데는 자국이기주의도 한몫을 하고 있다. 자국이기주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관리하는 단일한 통화정책과 각국 정부가 관리하는 경제ㆍ예산ㆍ규제 등의 정책이 혼재된 상황에서 문제를 증폭시켰다. 특히 그리스의 경우 강도 높은 긴축안을 약속하고 이미 두 차례의 구제금융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회원국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그리스 정치인들이 자국의 정치상황에 따라 ECBㆍ유럽연합(EU) 등과 한 약속을 깨겠다고 협박하기 때문이다.

◇재정ㆍ정치동맹 없는 통화동맹 좌초 불가피=7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더 나은 유럽을 위해서는 통화동맹을 넘어 재정동맹, 궁극적으로 정치동맹이 이뤄져야 한다"며 "한두 국가가 통화동맹 참여를 거부한다고 해서 이를 멈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지금까지 지구상에는 나타났다 사라진 수많은 통화 동맹체들처럼 유로존 역시 보다 강력한 통합으로 나아가거나 해체될 갈림길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사례를 볼 때 통화동맹의 실패를 야기하는 회원국 간 경제규모 차이와 자국이기주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정동맹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는 유로존 구상단계에서부터 꾸준히 지적돼온 문제이기도 하다.

재정동맹은 경제규모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줄일 수 있고 각국이 독자적인 금융정책과 환율정책을 펼칠 필요가 없어 자국이기주의로 인한 통화동맹 해체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세기 초 독일연방과 미 합중국이 통화통합의 몇 안 되는 성공사례로 남은 것도 문화적ㆍ언어적 유대에 기반을 둔 강력한 재정동맹과 정치동맹이 가능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JP모건 투자은행 부문 책임자인 제스 스탈레이는 "유로존 존속을 위해서는 미국과 같은 수준의 재정통합이 필요하다"며 "다만 유로존 재정통합에는 아주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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