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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초대석]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입력2003-07-13 00:00:00
수정
2003.07.13 00:00:00
대담 황인선 정치부장 his@sed.co.kr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13일 “국가적으로 신산업, 즉 BT(바이오기술)ㆍNT(나노기술)에 국력을 집중해 1만달러시대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노사와 각종 기업규제 문제를 잘 풀어 기업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문제에 노 대통령이 매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기업인이나 상인들 모두 최근의 극심한 경제난으로 상당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경제와 관련된 일에는 전면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아울러 “청년실업문제 해소를 위해 인턴제나 해외연수 프로그램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다음 예산에 이를 적극 반영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용허가제와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문제 등과 관련, “고용허가제는 당분간 (산업연수생제도와) 병행할 수밖에 없고 FTA는 농민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최 대표와 일문일답.
-현재 경제상황이 매우 어렵습니다. 대표께서 알고 계시는 민생현장의 체감경기는.
▲기업하는 분을 만나보면 일할 의욕을 상실한 것 같습니다. 동대문 시장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니 시골에서 물건 사러 오는 사람도 뚝 끊겼다고 합니다. 외환위기 때와는 또 다른 상황입니다. 심지어는 폭동 일보직전이라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대표가 된 이후로 우리 당의 관심도를 따지면 1번이 경제입니다. 경제문제가 해결 돼야지 과거처럼 여당과 꼬투리나 잡고 하는 것이 국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우리는 경제와 관련된 일에 전면적으로 나서는 것이 국민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국내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뛰어넘느냐 그대로 주저앉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 벽을 넘기 위한 국가경영 전략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우선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는 IT산업으로 큰 재미를 본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분야가 중국에게 질적ㆍ양적으로 추월 당하기 일보직전 입니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신산업분야 즉, BTㆍNT에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두번째는 노사와 각종 기업규제 문제를 잘 풀어 기업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노 대통령이 이런 문제에 매달려야 합니다.
-부가 편중돼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중산층 육성 방안은.
▲경제정책의 목표가 중산층 확대 입니다. 그런데 분명히 우리 사회 기득권층이 다른 나라 기득권층에 비해 여러가지 이점을 향유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하루아침에 손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서서히 해야 합니다. 갑자기 칼을 들이 대면 사회가 붕괴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부동산 보유와 관련된 세제라든지 여러 기법을 동원해 멀리 내다보고 조정해 나가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노사안정 속에 기업경쟁력 강화를 해야 하는데 노사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노사문제는 왕도가 없다고 봅니다. 법과 원칙대로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노동부 장관이 노동자 편이라고 하는데 장관은 국민편입니다. 장관이 믿는 노사관계 철학이 법과 다르면 차라리 법을 고쳐달라고 해야합니다. 또 노동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화안전망이 선진국 수준을 갖춰야 합니다. 선진국은 한 직장에서 물러나도 기본적인 생활은 물론 기술훈련도 해줍니다. 우리는 흉내는 다 냅니다. 고용보험, 실업수당, 직업훈련소도 있지만 실질적인 기능면에서는 제대로 안되고 있습니다. 노사관계 해결하기 위해서 노사정 위원회를 만들어 노측의 얘기를 정부가 들어주는 것은 해결책이 아닙니다. 정부는 법대로 가고 궁극적으로 사회안전망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향상시켜야 합니다. 그 중간단계로는 철저한 성과급제로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표 취임 일성으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셨는데요.
▲제일 적극적으로 할 수 있고 쉬운 방법은 제 역할을 못하는 장관들을 해임시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법을 외면하고 질서가 무너지는 것을 방치하는 모습을 보이는 장관에 대해 해임안을 내겠다는 것입니다.
-최근 5명의 의원들이 탈당했는데요. 한나라당의 정체성은 어떻게 확보하실 계획입니까.
▲한나라당은 분명히 정책정당으로 나갈 겁니다. 정책은 이데올로기 입니다. 대부분의 정책이 이데올로기와 직ㆍ간접적 연관이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이데올로기는 개혁적 보수 노선입니다. 구체적으로 보수라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를 존중하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이 두가지만 제대로 돌아가면 건강한 보수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계속 고쳐가는 보수가 돼야 합니다. 보수는 정지하면 수구가 됩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보수는 이 두 원리를 지키되 투명하고 공정하고 사회정의에 부합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안되면 건강한 보수라고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 같은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정책정당화 하는 것이 우리당이 가야 할 길이라고 봅니다.
-참여 정부 출범후 5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고 건 국무총리,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대한 평가를 해주십시오.
▲노 대통령은 제가 볼 때는 주류가 우에서 좌로 바뀌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 그런 큰 정치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분 입니다. 그렇다면 노 대통령은 좌가 가지고 있는 메리트라도 제대로 보여주던지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몸을 던져서 비상한 대책을 내 놓던지 해야 하는 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닙니다. 이래서 계속 노 대통령에게 나서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총리에 대해서는 별로 좋은 얘기를 할 것이 없습니다. 이 분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경제가 어려우면 자기가 나서서 토론도 하고 지시도 하고 이런 역할을 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어 마음에 안듭니다. 경제부총리는 TV에 나와서 얘기하는 것은 잘하는 데 뛰어다니는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실업문제가 심각한데요.
▲우리사회는 감성적인 특성이 있습니다. 지도자가 한 방향으로 밀고가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한국인들의 좋은 특성이기도 합니다. 이런게 중요합니다.
청년실업이 3.2%정도에 달하는 국내 전체실업률의 두배에 이르고 특히 서울지역이 심각합니다. 인턴제를 확대하거나 해외연수제 등을 통해 취업을 확대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다음 예산에 반영토록 할 것입니다.
-청와대에서 노조의 경영참여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요.
▲청와대 판단은 잘못됐다고 봅니다. 다만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노조대표가 이사회에 들어가서 참관만 하게 하는 방법은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사회에서 노조대표에게 발언권을 주는 것은 안됩니다.
-기업 투명성을 강조하시는 데 재벌의 2세 승계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까.
▲국내 대기업은 다른 나라 대기업과는 다른 독특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투자결정, 조직관리 등 국내 재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강점을 살려야 합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재벌을 국민의 적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다만 내부거래라든지 재벌2세가 몇 천억원씩 가지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사회정의에 반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상속증여세 완전 포괄주의를 지지합니다.
-고용허가제, 주5일 근무제,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방향은 어떻습니까. 또 증권관련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한 당의 정확한 입장은 무엇인가요.
▲고용허가제는 당분간 병행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5일근무제는 경총 대표가 찾아와서 지금 현재 국회에 나와 있는 이 법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당 정책위 의장이 경총에서 원한다면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설명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FTA는 대세로 보면 이 방향으로 가겠지만 구체적으로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꼭 있어야 합니다. 증권관련집단소송제 시행은 1~2년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 발자취
최병렬 대표는 지리산 천왕봉 밑자락인 경남 산청 출신이다. `깡촌`이기에 살림살이 역시 빈궁하기 짝이 없었다. 8세 때 비로소 산골을 벗어나 진주로 전학한 그는 진주중, 부산고를 거쳐서 서울 법대를 졸업했다. 그의 청년기는 두둑한 배짱과 리더십이 넘쳤지만 대학 3학년 때까지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해 학생신분으로 한국일보사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지리산 기슭에서 태어나 오늘에 이른 것을 `아프리카에서 태어나 뉴욕 맨하튼에 진출한 것`으로 비유하곤 한다.
최 대표는 군입대 당시 신체검사에서 병종 판정을 받아 면제가 되었으나, 본인이 재신검을 요구한 끝에 갑종을 받아 군대에 입대한 독특한 경력도 갖고 있다.
한국일보 기자에서 조선일보 편집국장에 이르기까지 그는 냉철한 현실분석과 매서운 세상 읽기로 필명을 떨쳤다. 80년대 초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기사에 기자이름을 넣는 `기사실명제`를 처음 실시해 신문의 새로운 전기를 가져왔다. `최틀러`라는 애칭은 일에 대한 열의와 카리스마적인 추진력에 놀란 당시 후배 기자들이 붙여준 것이다.
최 대표는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서부터 3개 부처 장관에 이르는 다양한 정부요직을 거치면서 소신 있는 일 처리와 추진력으로 역대 최고의 장관으로 평가 받았다. `비록 열흘을 하다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옳은 일이라 생각하면 추진해야 한다`는 말은 그의 공직에 임하는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화공보부 장관시절 각종 문예진흥사업과 문화부 독립, 공보처 장관 때의 방송구조 개편, 노동부 장관시절 총액임금제와 무노동 무임금 관철은 그의 공직에 대한 소신의 열매라 할 수 있다. “돈은 안 먹고 욕은 먹겠다”는 깨끗하고 소신 있던 그의 공직자세는 공무원사회에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약력
38년 경남 산청 출생
부산고, 서울대 법대, 미국 남가주대 대학원졸
59년 한국일보 입사
80년 조선일보 편집국장
88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88년 문공부 장관
90년 공보처 장관
90∼92년 노동부 장관
94 서울시장
12, 14, 15, 16대 국회의원
현 한나라당 대표
■ 내가 본 최병렬 대표 - 이영석 전 중앙일보 편집국장
원고청탁을 받고 중앙관서 공직자들이 뽑은 `가장 좋았던 장관 1위`에 최병렬 문화공보부 장관이 선정됐던 한 월간지 설문조사 결과가 떠올랐다.
그는 문화공보부 장관 재직 때 문화부를 독립시키는데 동의해 문화공보부에서 `문화`가 빠지게 한 장관이다. 부처 이기주의 잣대로 재면 가장 인기 없을 장관이다.
그런데 왜 그를 다시 모시고 일하고 싶은 장관으로 손꼽았을까.
관리들에게 가장 부담스러운 것 중 하나는 국회에 불려나가 질문에 부대끼는 일이다. 상임위원회도 답변은 장.차관 몫이지만 때로 의원들이 담당 국장이나 산하 기관장을 지명해 답변을 요구하는데 국장들이 제대로 답변을 못해 진땀을 흘리는 일이 더러 있다. 이럴 때면 최 장관이 답변을 가로맡는다. 그 일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이건 장관 책임 하에 한 일입니다`라며 자기책임임을 명확히 한다.
언젠가 어느 의원이 `고궁매점의 독점운영이 특혜 아니냐`며 과장더러 답변하라고 했다. 과장이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 때도 장관이 나섰다. `그건 퇴직한 선배들 모임인 문공회에 대한 현직의 작은 배려입니다. 매점 이익이래야 얼마 안 됩니다`. 특혜의 내용을 알곤 질문한 의원이 도리어 민망해 했던 일화다.
그는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다. 결재한 사안이면 책임은 장관이 진다는 믿음, 그래서 관리들은 장관을 믿고 소신껏 일할 수 있었다고 기억했다.
노동부를 맡았던 80년대 후반기는 수십년 막혔던 노동운동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했던 노동운동의 격동기였다. 그 격랑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무노동무임금의 원칙을 관철한 장관이다. 그는 당차다. 그런 당참은 옳은 일을 한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그는 그가 맡은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했던 것처럼 한나라당 대표직에도 최선을 다할 게다. 그러나 문화공보부장관 재직시 `부` 보다 `나라`를 우위에 두었던 그의 발걸음이 말하듯 `나라를 위한 정당의 길`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울 것을 나는 믿는다.
<정리=임동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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