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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삼구 회장 '매매계약' 체결 후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

"금호산업 인수는 경제 이바지할 마지막 기회"



"도와주는 전략·재무 투자자 있어… 가족 화합에도 최선 다할 것"

"묵묵히 일해 온 3만여 임직원 고마워"

우선매수청구권 장남과 공동 행사

자금 조달력 충분… 연내 완납 가능

박삼구(사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24일 "이번 (금호산업) 인수를 통해 나라 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룹 재건과 회사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남은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금호산업 채권단과 금호산업 경영권(50%+1주)을 7,228억원에 사고파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으로 만나 이같이 밝혔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터미널 등을 거느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다. 박 회장이 올해 말까지 채권단에 7,228억원을 지급하면 그룹 재건의 1단계가 마무리된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5년9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다.

박 회장은 "채권단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자로 결정해준 것은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 그룹 정상화에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그룹 상황을 계속 파악해온 만큼 계열사들이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개별 업종에서 최고의 기업이 되도록 진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인수계약 체결 후 내놓은 입장 자료에서도 "초심으로 돌아가 더 낮은 자세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 진정으로 아름다운 기업이 될 수 있게 여생을 다 바치겠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자금조달 방안에 대해서는 "현재 도움을 주는 전략적·재무적투자자들이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할 것이며 채권단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해 다음달 중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우선매수권 행사 주체로 박 회장과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을 내세웠다.

박 회장과 박 부사장은 금호산업 지분을 각각 5.04%, 4.86%씩 갖고 있다. 또한 계약서에는 지분 인수자로 그룹 계열사를 내세울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재계와 금융권에서 축적한 인적 네트워크를 감안하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낮다"며 "연내 인수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 금호산업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24일 박 회장은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전화를 돌렸다. 사실 그동안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다. 여유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채권단과의 가격 협상 막바지까지도 가슴앓이를 했다. 그만큼 여론에 신경을 많이 썼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건을 위해 자신이 왜 적합한지에 대해 사회가 충분히 납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기자와 만나서도 "국민과 채권단이 저를 그룹 재건의 적임자라고 생각해 인수자로 최종 결정하면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미련 없이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생각한 듯 이날 사옥에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박 회장의 얼굴은 조금은 지쳐 보이면서도 특유의 여유와 자신감은 가득했다.

금호산업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난 2009년 12월 이후 6년여 만에 회사를 되찾아 숙원을 이루게 됐다는 안도감도 동시에 읽혔다. 1946년 금호 박인천 창업주가 택시 2대로 시작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다시 한 번 위기를 딛고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안도의 마음보다는 죄송하다는 생각이 아직도 크다. 염려를 끼쳐 항상 미안한 마음이었다"며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초심으로 돌아가 국가 경제발전에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그동안 3만여 임직원들이 정말 묵묵히 참으면서 자기 자리에서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줬다"며 "금호의 사시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기업'을 제대로 다시 한 번 만들어 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의미에서 갈등을 빚었던 가족 문제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미안함을 얘기했다. 박 회장은 "다 제가 부덕해서 생긴 일이고 이 때문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룹의 재건 작업만큼 가족의 화합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테니 지켜봐달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 6년 동안 회사를 다시 살리기 위해 절치부심해왔다. 이 과정에서 사재도 모두 털어넣었다. 2011년 그룹의 지주사 격인 금호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2,200억원을 집어넣었으나 2013년 3월 무상감자가 이어지면서 2,000억원에 이르는 손실을 봤다. 금호산업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이 주어진 것과 매각을 가능한 한 빨리 매듭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모두 회사를 살리겠다는 박 회장의 절박한 노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뼈대를 재건한 박 회장에게 남은 숙제는 계열사 경영 정상화와 신성장 동력 찾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을 맡고 있는 금호산업은 업종 특성상 큰 폭의 영업익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역시 2·4분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의 여파로 614억원의 적자를 냈고 글로벌 원유 가격 변동에 취약한 구조다. 박 회장은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자세로 그룹의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인 금호타이어는 박 회장의 중기 과제. 금호타이어는 채권단의 지분이 42.1%로 박 회장이 다시 인수해야 할 회사다. 하지만 최근 치열해지는 국내외 경쟁으로 영업이익 하락세가 뚜렷하고 노사 갈등으로 파업 문제도 불거지고 있어 고강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박 회장은 7월 전 계열사 임원회의를 소집해 금호타이어의 경영 상황에 대해 강도 높게 질타하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경영은 박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이 이끌고 있어 이번 금호산업 인수를 계기로 박 부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금호산업 우선매수행사권의 주체에는 박 회장과 박 부사장이 동시에 이름을 올렸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은 금호타이어 인수가 마지막 퍼즐이 될 것"이라며 "박 회장 측이 이와 관련해 계획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회사 재건의 1단계를 사실상 마무리 지으면서 박 회장의 13년 전 꿈이었던 '5대 그룹' 진입의 소망이 이뤄질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 회장은 2002년 그룹 회장직을 맡으면서 "2010년까지 5대그룹에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대한통운 등을 잇달아 인수합병(M&A) 하며 제2의 도약을 꿈꿨으나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고 도리어 위기를 맞이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7,228억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어떤 전략적투자자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기대 이상의 경영 시너지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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