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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2월 17일]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치고

정우택(충청북도지사)

길고도 길었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다가오는 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지만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봄의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게 한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경기침체의 암운은 아직도 우리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금융위기와 소비위축ㆍ수출둔화로 국내외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되면서 기업들은 생산을 줄이고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수입감소와 고물가로 가계 주름살이 깊어지는 등 매서운 경제한파가 일반가정까지 찾아왔다. 이런 가운데 눈길을 끄는 몇몇 소식은 처진 어깨에 힘을 돋운다. 순환휴직으로 일자리를 지키는 공장, 파산의 아픔을 딛고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재기에 성공한 기업,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그 험한 파고를 헤치고 고품질 한우사육을 통해 부농의 꿈을 키워가는 축산농가, 풀빵을 팔아 푼푼이 모은 돈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하는 주부…. 차가워진 우리네 가슴에 한줄기 따뜻한 봄바람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고통을 함께 나누면서 눈물겹게 일자리를 지키는 기업이 있기에, 회사를 살리기 위해 먼저 자구책을 내놓는 노조가 있기에, 모두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농업인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의 봄이 곧 오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읽은 시 중 문병란 시인의 ‘희망가’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 큰 위안을 준다. ‘얼음장 밑에서도 / 고기는 헤엄을 치고 / 눈보라 속에서도 /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인생 항로 / 파도는 높고 /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 한 고비 지나면 /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고 시인은 노래한다. 여린 몸짓으로 꽃샘바람을 헤치며 파릇파릇 돋는 새순, 얼음장 밑을 활기차게 유영하는 물고기의 모습을 보면서 어깨를 움츠리게 했던 매서운 겨울이 지나고 희망의 봄이 오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껴보자. 시인의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는다.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는 말을 가슴에 담으면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뜬다’는 시구처럼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낸 우리에게 봄은 더욱 따뜻하게 다가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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