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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5월 28일] 시티폰의 교훈

요즘 실시간 방송 중인 인터넷TV(IPTV)를 보고 있노라면 불현듯 10년전 추억이 되살아난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외환위기를 극복한다며 벤처 투자를 적극 조장, 주식시장에 돈이 넘쳐나게 만들었다. 서민들은 빚을 얻어 ‘00닷컴’ ‘00테크’ 등 생소한 신생 정보기술(IT) 기업들에 소위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선뜻 거액을 투자했다. 벤처 거품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 2000년 들어 여기저기서 ‘벤처 사기’ 가 터져 나왔다. 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 것도 이때였다. ‘제2의 코스닥’이라며 출범했던 제3시장에서 A사가 폐업을 했는데 한달이 넘도록 공시가 안 되고 있다는 거였다. 제보를 한 소액 투자자들과 함께 찾아간 경기도 수원의 A사 사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회사 설립 4개월 만에 창업주는 인터넷 공모대금 8억원을 들고 사라졌다. 바로 이 기업의 사업아이템이 ‘인터넷TV’였다. 초고속인터넷망이 완비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인터넷TV는 이론상에서나 가능했던 사업모델이다. 지금도 100Mbps 속도가 안 나와 실시간 IPTV를 볼 수 없는 지역이 많다. 코스닥의 황제주였던 새롬기술이 내걸었던 인터넷전화도 10년 남짓 뒤인 지난해가 돼서야 비로소 집전화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시티폰(발신전용전화) 사업도 타이밍을 제대로 못 맞춰 패가망신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1994년 삐삐와 휴대폰 사이의 공백기를 잇는 브리지상품으로 출시됐지만 곧 밀어닥친 휴대전화(PCS)에 밀려 멸종됐다.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6,000억원 가량의 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최근 정부와 여당 내에서 와이브로(무선휴대인터넷) 투자를 부르짖는 소리가 높다. 한국이 독자 개발한 통신기술을 빨리 보급시켜 세계만방에 수출해야 한다는 명분이다. 정부가 한국통신과 같은 공기업을 만들어 직접 망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을 정도다. 1분도 안 돼 영화 한편을 뚝딱 내려받을 수 있는 무선인터넷 서비스, 즉 4G 시대는 반드시 올 것이다. 문제는 언제 오느냐다. 현재 와이브로는 3.9G 기술일 뿐 4G는 아니다. 특히 4G 세계 표준은 오는 2011년쯤에나 결정된다. 현 시점에서 서둘러 대규모 와이브로 투자에 나서는 게 과연 적절한지 너무 빠른 건 아닌지 치밀하고 통찰력 있는 판단이 필요한 이유다. 더구나 시장은 와이브로를 외면하고 있다. 투자 활성화도 좋고 통신료 인하도 좋지만 시장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시티폰의 교훈을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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