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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9월 13일] 킬리만자로서 남북관계를 보다

방태섭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아프리카 탄자니아 북동부에 있는 킬리만자로 산은 1년 내내 눈이 덮여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 쬐는 평지에서 보면 산 정상의 눈은 번쩍인다. 그래서 킬리만자로라는 이름은 스와힐리어로 “번쩍이는 산”이라는 뜻이다. 한반도를 보면 킬리만자로와 모습이 연상된다. 남과 북의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모습 때문이다. 킬리만자로는 인간에게 희망을 준다. 더운 광야에서 만년설의 정상을 보면, 또는 그 반대일 경우에도 인간은 그 곳에 가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다. 정작 오고 가는 길은 고생길이다. 아래는 덥고, 정상은 공기마저 희박하다. 남북관계도 이와 비슷하다. 백두에서 한라까지의 통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 오른다. 그러나 그 길은 서로 싸우고, 지지고 볶는 아주 험난한 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3사분기 한반도 안보지수에 따르면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황이다.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한은 군사당국자 회담 등도 해 보았지만 서로에게 등을 돌려왔다. 다행히 최근 들어 북한은 지난 8월 8일 나포한 대승호 선원 7명을 남한으로 송환했고 한국 정부는 북한의 수해 복구를 위한 쌀과 시멘트 지원에 적극 나서며 남북간 접촉 재개의 물꼬를 트고 있다. 남북간 긴장 완화를 하는데 있어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한반도 주변국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천안함 사건 여파가 단순히 남북관계 악화뿐만 아니라 미중, 한중, 미북 관계 모두를 악화시켰다. 이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 남북관계와 주변국 관계를 다뤄야 한다. 현 상황에서 한 가지 더 경계해야 할 것은 북중과 한미간의 대결구도 형성이다. 한미간의 2+2 외교·국방장관 회담, 김정일 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의 창춘회담으로 북중, 한미 관계는 최고조 상태이다. 전통 우방과의 신뢰를 강화하는 것은 좋지만 글로벌 리더인 미국과 중국은 각각의 밀월관계가 무엇을 추구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서해상의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중국의 군사 훈련이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키고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반도 정세에서 중요한 것은 끼리끼리 모이며 양극단의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 아니다. 킬리만자로의 더운 대지와 차가운 산 정상에 선 사람들이 서로의 땅을 밟고 싶은 열정에 가득 찬 것처럼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향한 희망을 쏘는 것이다. 물론 북한은 아무리 지켜봐도 핵을 포기할 것 같지 않다는 비관적인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사막에 가면 오아시스가 있고 아프리카에 가면 눈 덮인 킬리만자로 산이 있는 것처럼 비핵화를 향해 가다 보면 끝은 반드시 있는 것이다. 서양 속담에 ‘법안 만드는 과정과 소시지 만드는 과정은 알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다. 엄청난 시험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은 그저 만인에게 유익하고 공평하면 되는 것이고 소시지는 맛있으면 되는 것이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장막 뒤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시시콜콜히 알 필요는 없다. 정부는 밀사를 보내든, 특사를 보내든 남북관계로 인해 국민이 불안 해 하지 않게 하면 되는 것이다. 국민 또한 지극히 폐쇄되고 일방적인 북한을 상대하는 정부 입장을 이해하고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인내가 필요하다. 남북문제에 접근하는데 있어서 정말 개선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 국민, 특히 정치인, 학계, 문화예술계 모두 그렇게도 실용적이고 현실적인데, 남북문제만 닥치면 한 쪽 신발만 신고 뛰려 하는 것이다. 왼쪽 신발만 신고는, 또는 오른쪽 신발만 신고는 결코 오랫동안 멀리 뛸 수 없다. 양쪽 신발을 다 신고 충분한 영양과 수분을 섭취해 가며 뛰어도 어려운 것이 남북관계다. 믿기 어려우면 킬리만자로 산에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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