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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韓流 지속하려면

고정민<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텔레노벨라’라고 하는 인기 있는 남미식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는 사랑ㆍ성공담 등을 담은 중남미식 연속극으로 남미 소비자들에게 미국의 드라마보다 더 선호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중남미뿐만 아니라 전세계 100여국에 수출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케이블TV에서 방영된 바 있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의 영상물이 왜 남미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텔레노벨라’가 더 인기일까. 이는 대중문화가 지역적으로 문화와 정서가 비슷한 소비자들에게 쉽게 수용되는 이른바 문화적 인접성 때문이고 이러한 문화적 인접성 효과로 문화의 지역화ㆍ블록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동아시아를 비켜가지 않았다. 지난 60년대 후반부터 홍콩의 영화를 중심으로 홍콩류(流)가 나타났고 70년대 이후 일본의 애니메이션ㆍ드라마ㆍ음악ㆍ패션 등을 중심으로 일본류가 나타났다. 90년대 후반부터 나타난 한류도 이러한 현상 중의 하나일 것이다. 즉 동아시아의 기저에 있는 유교사상 등 문화와 정서의 유사성 때문에 국경을 초월한 대중문화의 지역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이들 중에서 홍콩류는 거의 사라져 버렸고 일본류는 아직 살아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것일까. 홍콩류는 홍콩의 중국 반환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중복 출연, 누아르와 무협물로 이어지는 단순한 소재의 반복 등으로 소비자들이 홍콩영화에 식상하게 되면서 사라져버렸다. 다시 말하면 홍콩영화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이다. 이와 같이 한 지역에서 문화의 인기는 그 문화산업의 경쟁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문화도 경쟁력이 높은 나라에서 낮은 나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 한류도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에서 우리가 강한 드라마,댄스 음악, 영화 등을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일본류는 애니메이션ㆍ만화ㆍ콘솔게임 등에서 아직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살아 있다. 한 류의 본질이 스타인 것처럼 보이나 스타는 한류의 화려한 외양에 불과하고 한류의 원천은 바로 드라마나 음악과 같은 문화산업, 즉 콘텐츠에 있다. ‘겨울연가’라는 콘텐츠가 있기에 한류 스타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우수한 콘텐츠의 산출이야말로 한류 지속의 조건이라는 결론이 쉽게 도출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상대국의 콘텐츠 제작 수준과 소비자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에 현재보다도 더 우수한 콘텐츠가 제작돼야 한다는 점이다. 만약 상대국의 콘텐츠의 경쟁력이 높아져 우리의 것을 대체한다면 한류는 일시에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다양한 소재, 탄탄한 스토리라인, 우수한 탤런트 연기력 등을 기반으로 작품성과 상품성을 겸비한 콘텐츠를 제작해서 경쟁력을 높여야 하고 가족애, 정, 순수한 사랑 등 동양적 정서가 배어 있는 작품을 제작해서 소비자의 문화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또한 다양한 문화 코드를 개발해 소비자 유행을 창조하고 소비행태를 선도함으로써 소비자의 높아진 기대 수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나아가서는 초고속통신망ㆍ무선통신망 등 우리나라가 우수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도 있다. 즉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콘텐츠 등 우수한 국내 IT 인프라를 활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유통시킴으로써 해외 콘텐츠시장을 선점해야 할 것이다. 다만 한류가 일방적인 문화 전달이 아니고 쌍방적인 문화 교류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류는 상대국의 문화 수용에 관대하고 공동제작ㆍ공동마케팅ㆍ기술협력 등을 통해 아시아 문화 코드의 세계시장 진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와 같이 동아시아의 공통적인 가치를 가지고 문화의 실크로드를 만들어나간다면 한류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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