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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관광 답사기] 구룡폭포 오르는데 하산길 아쉬워

金東珍체이스맨햇턴은행 서울본부장7시넘어 동해의 태양과 함께 내륙쪽으로 금강산의 끝자락으로 추정되는 산자락이 보였고 자그마한 선박과 군인 막사같은 집, 군함같은 배도 보였다. 이곳이 장전항이다. 안보교육에서 들은대로 혹시 입북시 어떤 꼬투리를 잡힐까봐 의심나는 물건은 전부 배에 두고 하선을 준비했다. 날씨는 무척 맑았다. 그런데 무슨 연유에선지 예정된 하선시간이 훨씬 지나 하선하라는 연락이 왔다. 11시가 넘어 모두 일반 여객선같은 자선으로 옮겨탔다. 우리는 바지선을 통해 하선했고 주위를 둘러보니 북한군들이 경계를 서고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북한군의 나이는 어려보였지만 비교적 건강한 모습들이었다. 짐검사를 받는 세관검색대에서는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하선을 마치고 우리는 지정된 버스에 올라 11시20분 관광길에 나서게 됐다. 새로 낸듯한 도로에 철책들이 쳐있었고 중간중간에 북한군 병사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오른쪽으로 옛날 도로가 있는데 아이들과 주민들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고 산자락엔 바다쪽을 향한 포신(砲身)이 보였다. 5분쯤 가자 마을이 나왔고 주민들이 일하는 장면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온천으로 유명했다는 온정리다. 이번 사업때문인지 집을 여러채 새로 짓고 있었다. 물이 많지않아 보이는 냇가에서는 아낙네들이 배추를 씻는 모습도 보였고 빨래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온정리에서 산쪽으로 하얀 5층쯤 되어 보이는 건물이 보였다. 김정숙 여관이다. 투숙객이 있다고 상상할 수 없을만큼 조용했다. 온정리 주위의 산하에는 나무가 많지 않았다. 온정리에서 버스 차창 너머로 반대편 산봉우리를 쳐다보았다. 설악산에서 볼 수 있었던 기암괴석 비슷한 산봉우리가 뭉게구름에 가린채 눈에 들어왔다. 소동파도 그렇게 칭찬했다는 금강산의 한 부분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11시40분 온정리를 지나 우리는 구룡폭포로 향했다. 산길을 달리면서 하늘을 찌를듯한 소나무를 보고 온정리 주위의 벌거숭이산과는 너무도 큰 차이를 느꼈다. 20미터를 넘는 소나무들이 하늘이 안보일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천연기념물인 미인송이다. 조금 올라가니 공터가 보였다. 옛날 신계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잔해만 남아 있었다. 12시 15분경 국내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었던 목란관을 지척에 두고 우리는 버스에서 내렸다. 5분쯤 걸으니 구룡연에서부터 흐른다는 물이 목란관 앞으로 흘렀다. 계곡의 물은 너무 깨끗해 보였으며 옥색의 빛깔을 띄었다. 목란관앞에 서니 산 전체가 한눈에 들어왔다. 산아래 자락까지는 나무들과 어우러져 바위봉우리가 있었으나 산중턱위는 완전 돌산이었다. 그런데 단순한 돌산이 아니라 각 암석마다 저마다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고 대부분의 봉우리들이 가파랐지만 아름다웠다. 하지만 일본 사진작가 구보다씨의 사진에서 반했던 단풍은 이미 다 시들어있었다. 산 입구에서부터 보아왔지만 올라갈수록 바위에 새긴 글씨들이 더 많이 보였다. 자연훼손에 대한 분노도 일었지만 어떻게 저 가파른 바위에 글자를 새겼는지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12시40분쯤 하늘을 올려다본다는 앙지대가 나왔다. 주위가 거의 절벽으로 포위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위로는 학처럼 구름이 나는듯 했고 구름사이로 고개를 내민 햇빛이 기암위에서 넘실거리고 있었다. 산행 길목마다 2㎞간격으로 남녀 한조를 이룬 북한사람들이 싸리비를 들고 서 있었다. 남녀 모두 30대전후로 보였다. 가급적 대화를 하지 말라는 교육을 받은지라 말을 걸지 못했다. 등산길은 대부분 편안했으나 옥류동계곡 못미쳐서 할딱고개가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길이 상당히 가파랐다.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세존봉에서부터 흐른다는 삼록수라는 샘물이 나왔다. 삼록수를 한번 마시면 10년이 젊어진다고 모두들 두세번씩 마셨다. 5분쯤 올라가다보면 만경다리가 나온다. 만경다리에서 올려다보는 세존봉은 당당하면서 잔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구룡연 계곡은 올려다보면서 자연미를 만끽하는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경다리를 건너니 금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금강문이 나왔다. 돌계단을 따라 바위밑을 빠져나가게 되어있다. 금강문을 지나 11시35분쯤 우리는 옥류동계곡에 당도했다. 옥색깔의 소(沼)를 끼고 뒤로는 탁트인 계곡이 들어오고 왼쪽으로는 세존암이라는 봉우리들이 파노라마를 이루면서 장관을 이뤘다. 오른쪽으로 솟아있는 옥류봉 역시 바위가 약간은 화강암을 연상하듯 밝은 색조를 띠고 있었다. 우리는 마치 분지를 이룬듯한 계곡을 타고 연주담을 거쳐 올라갔다. 점심도 거른채 숨을 몰아쉬면서 한참을 오르다보니 구룡폭포의 자태가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2시15분이었다. 왼편에 정자가 있었고 오른쪽으로 폭포와 연못이 있었다. 물은 많지는 않았지만 떨어지는 물줄기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구룡폭포는 바위의 중간을 뚫고 형성되었다. 폭포 길이는 74미터. 날씨도 밑과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강한 소슬바람이 불었다. 그때마다 물줄기는 우리를 향해 용트림을 했다. 그래서 폭포의 길이는 물줄기를 합쳐 124미터라고 한다. 한순간 작은 바람이 일자 물줄기는 곡예를 하듯이 몸을 비틀면서 위로부터 아래로 내려왔다. 마치 우리 농악의 상모돌리기가 차례로 진행되는 듯했다. 구룡폭포앞에서 하늘을 바라보니 밑에서보다 더욱 장관이었다. 뭉게구름이 기암봉우리위에서 계속 왼쪽으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위에는 햇빛이 보일락말락 놀려대고 있었다. 미륵불이라는 한문글자가 폭포 오른쪽에서 예술혼을 발휘하고 있었다. 육안으로는 보통의 글자로 보였는데 실제 한문글자 한획에 한사람의 몸체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크다고 한다. 일제시대에 글자를 새겼다고 한다. 구룡폭포는 구룡계곡의 극치였다. 하지만 안내인은 폭포밑 오른쪽 길을 따라 올라가 폭포위의 상팔담에서 바라보는 구룡계곡 전체가 자연미의 완성체라고 설명했다. 상팔담을 못 가는게 못내 아쉬웠다. 구룡폭포에서 우리는 만물상 관광을 위해 서둘러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물론 삼록수도 한번 더 마셨다. 하산길에 만난 북한 여성에게 누군가 용기를 내서 말을 건넸다. 북한여성은 9월말에서 10월초가 단풍의 절정기라고 일러주었다. 그때의 단풍색깔이 특별히 짙어 색채미가 일품이며 그래서 가을 금강산을 풍악산이라고 한다고 알려주었다. 처음으로 북한주민과 나눈 대화였는데 우리 남한의 여느 여성과 똑같았다. 수줍어하는 모습이 70년대 우리 농촌의 누이와 다를 바없었다. 3시30분 우리는 주차장에 도착했고 주차장에 있는 자그마한 가게에서 빗, 파이프, 필통, 지팡이 등 나무제품만을 팔았다. 만약 물건이 가득 놓여 있는 가게가 있었더라면 엄청난 장사거리가 될 수 있었을텐데. 북한사회가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렸다. 점심도 거른 채라 상당히 지친 몸을 이끌고 4시15분 온정리를 거쳐 장전항에 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일정대로 만물상을 보기 위해 4시55분 장전항을 나섰는데 온정리를 지나 오른쪽 만물상길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버스가 멈췄다. 군관동무가 너무 늦어 만물상에 갈 수 없다고 버스를 제지했단다. 우리는 밤에 플래쉬를 켜고서라도 보고 싶다고 했지만 상부와의 연락을 시도하고 난 군관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정말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결국 체념할 수밖에 없었고 승선하기 위해 5시40분 다시 북한관리에 의해 세관검사를 받았다. 북한관리들이 왠지 입북할 때처럼 두려워 보이지 않았다. 긴장감이 없어진 것은 동포애때문일까? 세관을 나서자 크루즈선이 거창한 기와집 모습을 하고 휘황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우리는 장전항을 뒤로 한 채 배로로 돌아왔다. 장전항의 불빛 역시 밝았다. 남북관계의 미래도 저처럼 밝아졌으면 하는 바램이 들었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동해항에 와 있었고 갑판에 나가보니 취재진의 헬리콥터 소리가 요란하게 진동했다. 현대그룹의 역사적인 대북사업이 성공되기를 기원하며 금강산 관광의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 준 현대그룹에 감사드리고, 특히 여행 내내 우리를 즐겁게 해준 현대상선 김종헌 이사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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