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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개혁 제대로 하려면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경제 활동에 대한 정부 규제는 최대한 줄이겠다고 함에 따라 새 정부도 규제 개혁을 국정 과제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개혁은 연 7% 성장, 250만개 일자리 창출, ITㆍBT 등의 신산업 육성, 준조세 정비와 같은 경제 분야는 물론 부패척결, 정치개혁 등 정치사회 분야의 공약을 이행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DJ 정부가 집권 초 규제의 절반을 폐지하고도 잘 하였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 만큼 규제 개혁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ㆍ정치ㆍ교육 등 전 분야에 얽혀 있는 규제는 일상 생활에 고착되어 있어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잘 풀리지 않는다. 규제를 제대로 개혁하려면 먼저 개념을 넓게 잡아야 한다. 규제는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법령 조항이지만, 형태야 어떻든 민간 활동을 제한하는 정부 개입은 모두 규제이다. 중앙행정 기관이나 정부산하 기관과 같은 공공 부문과 정부의 지침은 물론, 정부지원도 사실상 규제이다. 역대 정부가 규제 개혁에 많은 노력을 경주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은 규제를 좁게 보고 주로 문제되는 법령 조항을 고치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둘째 관련 분야의 규제를 일괄 정비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3,600여개에 달하는 법령의 규제 조항을 고치는 방식으로는 본격적인 규제 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 공장 건설 등 대부분의 기업 활동에는 여러 부처로부터 10여개의 법령에 규정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그 중 몇 개의 법 조항을 고쳐서는 규제 준수 비용이 줄지 않는다. 세계화ㆍ정보화ㆍ전자정부 구축 등으로 정부나 민간의 일하는 방식이나 경제 패러다임은 크게 바뀌었다. 이제는 개별 조항을 고치려 하지 말고, 70ㆍ80년대에 만들어진 제도 자체를 새롭게 개편할 때이다. 매년 몇 개 분야만 제도를 개편하더라도 수백개의 규제들이 저절로 없어진다. 선진국들은 개별 규제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규제 체계를 개편한다. 문민정부가 금융과 노사부문 개혁을 추진할 때 제도 개편을 한 뒤 법을 개정한 방식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규제 기관을 줄여야 한다. 18부 4처 16청의 중앙 행정기관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등 30여개의 행정위원회, 그 하부 조직들은 규제를 만들고 집행하는 규제 기관이다. 뿐만 아니라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수 많은 공사ㆍ공단ㆍ협회 등 정부 산하기관들도 규제를 만들고 준조세를 거두며 민간활동을 규제한다. 그 결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기업은 여러 부처와 기관으로부터 규제를 받는다. 거미줄처럼 얽힌 규제의 틀에서 민간이 창의를 발휘할 수 없다. 산업융합(fusion)으로 산업간 경계가 없어지고 민간의 역량이나 시장 감시가 크게 강화되었으므로 중복된 정부기능을 일원화하고 70ㆍ80년대 만들어진 산하 기관은 전면 검토할 때가 되었다. 중복규제를 한 개 부처나 기관으로 일원화하면 행정 책임과 효율도 높아지고 규제와 준조세는 정비된다. 넷째, 존속시켜야 할 규제는 재설계(reregulation)해야 한다. 규제가 달성할 목적과 규제 수단을 전면 검토한 후 목적 달성에 적합한 최적의 규제를 찾아내고 나머지 규제는 정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는 형식승인, 표시ㆍ광고, 유통 등 기업활동의 모든 과정을 규제하기 보다 소비자에게 교환이나 환불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정비 대상에서 제외되는 규제도 이와 같은 방법으로 새로 설계하면 수많은 규제들이 줄어든다. 다섯째, 법치주의 원칙이 구현되도록 규제를 재편해야 한다. 현재 규제는 7,400여건인데, 이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하더라도 담당 공무원들이 남은 규제를 자의적으로 조사하고 처리한다면 국민들은 불안해서 본업에 전념할 수 없다. 규제 수는 줄더라도 규제 강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규제기관의 부당한 조사나 처분에 대해 통제할 수 있는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섯째, 규제 개혁은 공공 개혁과 연계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규제 개혁은 정부 역할을 시대 상황에 맞추어 새로 조정하는 것이다. 규제 개혁은 공공 개혁의 한 분야이므로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들은 두 분야의 개혁을 함께 추진한다. 이와 같이 제대로 된 규제 개혁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규제개혁 없이 부패 척결, 창의와 효율 증대, 신산업 육성, 열린 사회, 정치개혁 등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를 건설할 수 없다. 규제 개혁은 모든 개혁의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우선 바뀐 환경에 부합되도록 주요 제도를 일괄 개편하고, 민간의 역량이 늘어나 만큼 공공 부문을 줄여나간다면 규제 개혁은 본궤도에 진입하여 다음 개혁이 용이해진다. <신종익(전경련 상무ㆍ규제조사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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