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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양의 탈을 쓴 늑대들'

박민수 정보산업부장

[데스크칼럼] '양의 탈을 쓴 늑대들' 박민수 정보산업부장 박민수 정보산업부장 최근 여권의 과거사 진상규명과 관련, 부메랑을 맞고 도중하차했거나 현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일부 정치인들의 위선과 거짓은 이솝우화 ‘양의 탈을 쓴 늑대’를 연상케 한다. ‘양의 탈을 쓴 늑대’는 배고픈 늑대가 양의 탈을 쓰고 목장에 숨어 들어가 양들이 안심하고 있는 틈을 타 양을 잡아 먹는다는 이야기다. 어릴 때 한번쯤은 읽었을 이 우화 속의 주인공은 우화에서 뿐 아니라 반공포스터에도 곧잘 등장하곤 했다. 60, 70년대 초ㆍ중ㆍ고교를 다닌 청장년층들에게 이 반공포스터는 낯설지 않은 그림일 것이다. ‘간첩은 표시 없다’는 표어를 배경으로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붉은 혀를 날름거리며 실눈을 뜬 채 야비한 웃음을 짓고 있는 이 장면은 간첩의 이중성을 강조하기에 충분했다. 포스터가 의도하는 경각심처럼 양의 탈을 쓴 늑대가 더 무서운 이유는 동료인줄 알고 믿고 방심하다가 순식간에 배고픈 늑대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우화 속 늑대가 우화에 머물지 않고 이제는 개혁과 정의라는 탈을 쓰고 우리 사회에 나타나 버젓이 활개치고 다닌다는 점이다. 조상의 친일행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남의 허물 들추기에 혈안이 됐거나 앞에서는 개혁의 탈을 쓰고 뒤에서는 부패의 악취를 풍기는 이들이야말로 양의 탈을 쓴 늑대의 야비함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이런 류의 인간이 정치권에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때 잘 나가던 친노(盧) 성향의 온라인 매체 운영자도 ‘개혁만 팔아도 10년은 먹고 살수 있다’고 말했을 정도니 ‘도나 개’나 개혁을 외쳐야만 살 수 있는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이제 개혁은 이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 된 듯하다. 하지만 너도 나도 지금 외치고 있는 이 참여정부의 개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며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참여정부 이후 개혁을 부르짖다 도중하차한 인물들일수록 ‘확실한 변장이 최선의 방어’인양 자신들의 치부는 철저히 은폐한 채 상대의 약점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선제공격을 감행했기에 이들의 개혁이 양의 탈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들은 타인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철저히 해부하지만 자신에게는 무한정의 관용과 이해를 베푸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이 변화를 뒤에서 은근히 즐기는 있는 세력은 없는지 아니면 이들에게 속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쯤은 되돌아봐야 할 때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양의 탈’이 개혁으로 가는 열차에 무임승차했다는 점이다. 너도 나도 개혁과 정의의 탈을 쓴 채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할 경우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분열과 가치의 혼돈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양의 탈을 쓴 늑대 무리들을 솎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이들에게 우리의 목숨이 위협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늑대가 양의 탈을 썼다고 양이 될 수 없듯이 순수성을 상실한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지금도 개혁장사에 열중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면 언젠가는 본색이 드러나고 말 것이다. ‘군자와 소인배의 가장 큰 차이는 군자도 권모술수를 쓰지만 정의로운 일을 하기 위함이요, 소인배도 권모술수를 이용하지만 나쁜 일을 하기 위함’이라는 점이다. 어느 사회건 군자보다는 소인배들이 더 많은 게 당연하지만 작금에 벌어지고 양보 없는 다툼을 보면 우리 사회는 너무 심할 정도로 소인배들이 많은 것 같다. 두 눈을 부릅뜨고 양의 탈을 쓴 늑대를 골라내야 한다. 입력시간 : 2004-09-2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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