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 당국 수장이 여당의 유력 대선 후보의 '하우스푸어' 구제책을 정면 반대하고 나섰다.
미래권력과 현 정부 관료가 충돌하는 양상이어서 하우스푸어 대책의 정책 방향을 놓고 불확실성만 더욱 증폭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하우스푸어' 구제 방안과 관련해 "현재는 재정이 투입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이날 내놓은 하우스푸어 대책의 중요 골자인 '지분매각제도'와 괘를 달리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은행권 공동의 방안을 만들려면 외부의 자금지원이나 정부의 보증 등을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은행 공동의 방안이 필요한 단계가 아니라 개별 은행이 알아서 할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 박 후보가 발표한 하우스푸어 대책인 지분매각제도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참여한다는 점에서 외부 자금지원, 정부 보증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분매각제도는 캠코 등 공공기관으로 구성한 특수목적회사(SPC)가 하우스푸어의 주택지분을 인수하고 이를 담보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마련하는 구조다.
김 위원장은 이어 "지난 7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상한선을 초과한 대출에 대해 장기분할상환이나 신용대출 등으로 전환하도록 한 데 이어 지난달 금융지주사 회장들에게 은행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도록 한 것으로 당국의 대응은 일단락됐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근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제도)을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운영하고 경매유예제도를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어 "당분간 여기서 더 나아간 대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시장 상황과 원리금 상환 현황 등을 꼼꼼히 파악하는 게 먼저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집값이 폭락하는 사태에 대비한 대책은 세워놓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집값이 폭락하거나 연체율이 급등하는 사태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위기 상황을 전제로 준비하는 만큼 (계획을) 발표할 생각은 없다"며 당국이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을 시점이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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