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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일자리… 커지는 세대 갈등

미국 실업 확대로 10대-성인, 고급인력-미숙련 인력간 일자리 경쟁 심화


산호세 시의 여고생 바네사 로일(17). 그녀는 최근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 20군데 가량 쫓아다녔으나 포기하고 말았다. "주당 4시간짜리 일거리 외에는 구할 수 없었다. 그동안 우리 또래가 차지했던 레스토랑 체인 아르바이트까지 아저씨들로 꽉 차있었다." 전후 최악의 경기 침체로 미국 내 일자리 수가 급감하자 기성세대가 청소년들의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밀고 들어가는 '일자리 충돌'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미 주요언론들이 보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금 10대들은 기존 일자리에서 밀려난 노련하고 경험많은 성인 노동자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며 "침체기일수록 경험이 없는 10대는 해고 대상 0순위"라고 전했다. 오는 5일 발표될 미국의 5월 실업률은 9%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 세계 2차대전이후 실업률 최대치인 10.8%(1982년 12월)에 슬금슬금 다가가고 있다. 비즈니스위크는 "경기가 하반기에 긍정적으로 돌아서도 실업률은 2010년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과거 침체기와는 달리 신용 시스템 및 가계 회복에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강한 (실업률의) 회복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업자가 늘어나자 가뜩이나 줄어든 일자리를 놓고 세대간 '일자리 충돌'이 '일자리 갈등'으로 까지 번지는 모습마저 나오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주요 언론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는 2일(현지시간) 대량 해고사태를 맞아 10대용 시간제 일자리까지 성인 '숙련공' 들이 몰려들며 10대들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4월 미국 전체 실업률은 8.9% 였지만 10대(16~19세) 평균 실업률은 배 이상인 20.9%에 육박했다. 이는 10년만의 최고치에 해당한다. 일자리 충돌은 성인 노동자들 사이에도 깊어지고 있다. 전직 인터넷 마케터인 산타크루즈시의 필 소피는 최근 신문광고 판촉업으로 전업했다. 그는 "나는 사실상 자신을 포기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판매직을 선택했다"며 "자존심을 포기한다면 직업을 찾는 건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고급 인력들이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쫓겨나자 저임금 직종으로 갈아타기 시작한 것. 미국 내 정보기술(IT)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의 4월 실업률은 여전히 10%대(10.9%)에 머무르며 월가 못지 않은 심각한 실업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밸리 전문가들은 이제 직장을 잃은 고급 인력들에게 눈높이를 낮출 것을 권하고 있다. 은퇴 연령에 다다른 '베이비부머' 세대 역시 인력 시장의 핵폭탄으로 떠오르고 있다. 연금 상품에 맞춰 화려한 노년을 꿈꾸던 이들은 최근의 주가 폭락으로 투자자산이 쪼그라들자 은퇴를 미루고 '생계형 생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성인 숙련 노동자에 밀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빈곤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실업사태로 어린이들이 전 세대에 비해 낙후된 양육 환경에 처하게 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은 선진국 중에서 유아 빈곤률이 높은 나라로 평가돼 왔는데, 이 같은 양상이 더 확대되리라는 분석이다. NYT는 "부모의 실업과 거주지 변경으로 유아의 안정성과 학습 관심도가 저하될 가능성이 높고, 값싼 패스트푸드에 노출될 확률도 커지고 있다"며 "경기 침체가 모든 이들을 힘들게 하고 있지만 어린이들이 받는 파장은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역별 격차도 심각하다. 미 자동차 3사의 근원지에 해당하는 디트로이트의 재정적자 규모는 전체 세수의 20%에 달하지만 시애틀의 경우 5%에 불과하다. 재정적자가 심각한 주나 도시는 예산을 동결하고 복지를 삭감하며 일자리를 줄여야 한다. 삶의 질이 그만큼 낙후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회생한다 해도 실제 도시들이 느끼기 까지는 18~24개월의 격차가 발생한다"며 "일부 도시가 2010년이나 2011년까지 심각한 상황에 처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같은 '일자리 파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지난 2007년12월 이후 지금까지 일자리를 잃은 미국인은 57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약 70% 가까이가 최근 6개월 새 직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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