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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32년 직장생활 경험·노하우 담은 에세이

■ 가나다라ABC (권오용 지음, 조선매거진 펴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행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아무리 기뻐도 '환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았던 정주영 회장은 1981년 개최지 발표 순간에 만족스러움을 드러내기는 했으나 환호하지는 않았다. IOC위원인 이건희 회장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가 발표되는 순간 웃음과 박수를 보냈을 뿐 환호하지 않았다. 가장 기뻤어야 할 이들은 왜 남들처럼 환호하지 않았을까?

SK그룹 고문으로 재직 중인 저자는 자신이 관찰한 회장들의 공통점에 대해 "기업인들은 태생적으로 큰 제스처가 없다"고 말한다. 만세나 환호와 포옹이 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동작일 뿐 생애 최고의 순간에 그들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익숙한 방식인 함박웃음과 박수로 기쁨을 표시했을 것이라고 설명을 덧붙인다. 저자는"대기업은 무엇이든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 국내의 시각도 이들의 환호를 제약했다"고 꼬집었다. 돈 잘 버는 재벌을 마술방망이를 가진 양 이해하고, 대기업의 오너가 세계적인 대회를 국내에 유치했다면 자연스런 일이고 그러지 못하면 최선을 다하지 못한 걸로 매도하는 식의 사회적 인식 또한 지적했다.

책은 저자가 32년의 직장생활을 정리하는 동시에 한국 경제와 사회를 조망하고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털어놓은, 잔잔하지만 야무진 에세이다.

1955년 경북 영주에서 태어난 저자는 서울 사대부고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했다. 첫 직장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기획홍보본부장까지 지냈고 이후 금호아시아나그룹 상무와 벤처투자회사였던 KTB네트워크 상무를 거쳐 SK텔레콤 부사장, SK㈜사장 등을 역임했다.



'재계의 꾀돌이'라 불렸던 저자는 위기에 처한 조직을 구하는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전경련 재직시에는 IMF사태를 맞아 대기업들 간의 빅딜을 피할 수 없게 되자 '대국민 커뮤니케이션'을 펼쳤고 성공했다. 또한 이 시기에 런던상공회의소와 도쿄게이단렌에 파견 근무하며 국제경제실장으로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을 추진했고, 우리나라의 OECD 가입을 지원했다. 노무현 정부 때 급성장한 금호그룹에서는 국민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고, SK그룹으로 옮긴 2004년 SK그룹과 소버린 간의 경영권 다툼 때에는 여론을 움직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행복'을 SK의 브랜드 이미지와 접목시킨 것도 그의 작품이며,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등이 그가 관여해 성공시킨 프로젝트들이다.

책 제목에 대해 저자는 "한글을 익히려면 가나다라를 먼저 배운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책의 제목을 '가나다라ABC'로 정했다"며 "글을 쓰면서 글에서 다시 나를 배웠다. 자기가 낳은 아이를 통해 무엇인가를 배우고 깨닫는 것과 같은 이치다"고 소개했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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