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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허무하게 막 내린 골목상권 살리기카드

1년간 고작 1,500장 발급… 포퓰리즘이 부른 초라한 결과<br>자영업자 결제거부 운동에 "급한 불 끄자" 급조한 상품 혜택·실효성 없어 한계 드러내


지난 2012년 초 전국 100만여 자영업자가 가입된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과 유권자시민행동은 신한카드와 삼성카드를 상대로 결제 거부 운동을 펼쳤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들 카드사가 우월적 지위를 등에 업고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불합리한 수수료 체계를 적용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고 6월에는 롯데카드를 상대로 전면 투쟁을 전개했다.

자영업자 단체와 카드사 간 많은 논의가 오간 끝에 결국 카드사들이 백기투항했다. 악화된 여론을 견딜 수 없었던 카드사들은 수수료 체계 개편을 약속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자영업자 단체는 결제 거부 운동을 철회했다.

결제 거부 운동의 주된 표적이던 신한ㆍ삼성카드는 이들을 달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골목상권살리기카드'란 신상품(?)을 출시했다.

그로부터 1년 후 이 상품은 포퓰리즘이 남긴 실패의 전형으로 남게 됐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ㆍ삼성카드가 지난해 10월 출시한 골목상권살리기카드의 발급량은 고작 1,500장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비인기 상품이라 하더라도 '신상품 효과'로 최소 발급량이 1만장이 넘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초라한 실적이다.

해당 카드사 관계자는 "이 상품의 출발 자체가 카드결제 거부 운동의 합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이어서 발급량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초라한 실적은 예견된 수순이란 것이 카드업계의 분석이다.

골목상권 상인만 가입할 수 있는 이 카드는 소상공인에게 적합한 세무ㆍ법무 지원과 무이자 할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이 카드를 만들 자영업자들은 신한ㆍ삼성카드 고객들에게 추가 포인트를 쌓아주면서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상품은 애초에 한계를 갖고 있었다.



자영업자들이 기껏 자비를 들여 고객들에게 포인트를 쌓아줬지만 포인트를 보유한 고객들이 자영업자들의 가맹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포인트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주는 '곰(자영업자)'이 부렸지만 관람료는 '주인(대형 가맹점)'이 회수하는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와 자영업자 단체가 상품 개발에 수개월 동안 논의 과정을 거쳤다고는 하지만 출시 때부터 실효가 없을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며 "태생 자체가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비슷한 개념의 상품이지만 카드 발급량이 10만개를 넘은 경쟁사 카드상품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KB국민카드가 2011년 5월에 출시한 'KB국민오너스클럽카드'의 경우 자영업자들에게 부가가치세 환급 지원 등 세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골목상권살리기카드와 엇비슷하다.

하지만 이 카드는 자영업자들이 누릴 수 있는 실질적 혜택에 보다 주목했다. 대표적인 것이 가맹점 수수료 환급 서비스다. 이 카드는 전전월 일시불 및 할부 이용금액에 따라 가맹점 수수료를 최대 10% 할인해준다. 가뜩이나 가맹점 수수료에 민감한 자영업자들로서는 반길 수밖에 없는 혜택인 셈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우리금융지주가 만들었던 '트러스트앤리스백'이란 상품은 아무런 결과도 내놓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는데 골목상권살리기카드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며 "시류에 편승해 급조한 금융상품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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