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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경기, 1분기 바닥 다진 듯… V자·L자 될지는 지켜봐야"<br>유가 130弗 넘을 땐 취약층 우선 지원하고 차후 유류세인하 검토<br>청년층 고용지표 개선… 일자리 사정 나아질 것<br>가계 빚 규모 관리 가능… 새 대책 낼 생각 없지만 서민 금융은 지속 강화



박재완(57ㆍ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재의 국내 경기상황에 대해 "1ㆍ4분기 경기가 바닥을 다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스페인ㆍ중국 등 일부 예외 국가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나라가 1ㆍ4분기는 이런 흐름으로 가고 있다"며 "다만 앞으로 국내경기가 V자 형태로 될지, L자 형태로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실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일자리 사정도 나아질 것"이라고 다소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또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총량 규모에서 관리 가능하며 새로운 대책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아울러 거래가 위축된 부동산시장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거래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2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경제수장으로서 현 경기상황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또 청년고용, 부동산 및 가계부채 문제, 세제개편 계획 등 굵직굵직한 경제현안에 대한 생각을 과감 없이 펼쳐 보였다.

1분기가 경기 바닥

최근의 산업활동 동향이나 민간소비지표를 보면 현재의 경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뚜렷한 방향성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우리나라의 광공업 생산은 2년7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4ㆍ4분기 민간소비 역시 전분기보다 0.4% 감소하며 11분기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경제수장인 박 장관은 현재의 경기를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박 장관은 "지난해 말에 비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걱정은 조금 덜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고 국제유가 걱정은 더욱 커졌다"면서 "지난해 말 예측했던 것과 상황은 달라졌지만 이 두 부분이 상쇄돼 결과적으로는 그때의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1ㆍ4분기가 바닥을 다지는 흐름으로 가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1ㆍ4분기 바닥론이 향후 경기회복을 의미하는지 되물었다. 박 장관은 "국제유가 흐름이 중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1ㆍ4분기 경기가 바닥을 다지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2ㆍ4분기부터 확실히 좋아져 V자 곡선을 그릴지, 아니면 L자형으로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지는 불확실합니다. 불확실성의 핵심에는 고공비행을 이어가는 국제유가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 말보다 20% 올랐는데 우리나라는 국제유가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글로벌 경제가 서로 얽혀 있어 한 국가의 경제위기가 다른 나라로 쉽게 전이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도 걱정입니다."

청년층 일자리 사정 나아질 것

화제를 고용 쪽으로 돌렸다. 14일 통계청이 내놓은 2월 고용동향을 보면 20대 청년층에서 비경제활동인구인 '쉬었음' 인구가 34만6,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무려 10.8%(3만4,000명) 늘어났는데 문제는 이 같은 증가 추세가 2010년 11월 이후 16개월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청년층에서 이처럼 '쉬었음' 인구가 많아지는 것은 그만큼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취업 포기자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로 분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쉬었음'에는 단순한 구직포기뿐 아니라 재충전이나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잠시 쉬는 등 긍정적인 의미도 포함돼 있다"면서 "쉬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쉬었음'이 '구직포기'와 동일시돼 부정적인 뜻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고용통계를 발표하면 언론에서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가 늘었다는 쪽으로 많이 쓰지요. 나빠 보이는 통계라 그렇습니다. 하지만 '쉬었음' 대신 '취업준비' 등의 인구는 줄었습니다. 이들 항목은 비슷한 카테고리에 묶여 있고 대체 가능합니다. 서로 사람들이 왔다갔다합니다. 이처럼 비슷한 것들을 다 합쳐보면 청년층에서 비경제활동인구가 차지하는 총량은 줄었어요." 청년층 고용에 대한 낙관적인 기대는 이어졌다.

그는 "해마다 청년층의 절대인구가 12만~13만명씩 줄어드는데 청년취업자 수가 5,000명 이상씩 증가하는 것은 이들 연령층의 고용이 늘고 있다는 증거"라며 "실업률 통계가 실제 청년들의 실업난을 잘 반영하지 못한다 해도 통계의 한 시점만 보지 말고 과거부터 이어지는 추세를 봐서 나아지고 있는지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가계빚 관리 가능… 서민금융 강화

경기판단과 고용이 국내경제의 거시적인 부분이라면 실제 국민들의 경제생활에 영향을 주는 미시적인 부분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다.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는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떠올랐고 부동산 거래는 사실상 실종되면서 오랜 침체기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먼저 박 장관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계부채에 대해 "총규모는 늘었지만 여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새로운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못박았다.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발표한 가계부채종합대책이 효과를 거두고 있는 만큼 현재의 대책을 충실하게 집행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게 박 장관의 생각이다.

"가계부채는 총량이나 평균의 개념에서 보면 충분히 관리 가능합니다.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 보면 은행ㆍ금융회사들은 연체율도 높지 않고 충당금도 충분히 쌓아둬 선진국보다 건전한 편이지요. 시스템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부채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점, 특히 제2금융권 쪽에서 가계부채가 급팽창하는 것은 문제지요. 그래서 지난해 6월 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착륙대책을 발표해 효과를 봤고 올해 2월에도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또다시 대책을 내놓은 겁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소득 1분위 취약계층의 경우 이런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금리대출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들 계층에 대해서는 고금리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하는 등 서민금융을 강화하도록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값 올리려 인위적 부양 반대

가계부채와 부동산은 퍼즐처럼 얽혀 있다. 어느 한쪽이라도 붕괴되면 서민경제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박 장관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그는 "미국은 모기지 형태로 돼 있어 부동산이 붕괴되면 가계부채 쪽에서도 큰 일이 벌어지고 금융기관이 도산하는 상황이 벌어지지만 우리는 부동산의 경우 담보대출이 많기 때문에 더 안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대출이 담보로 잡혀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하나 부동산거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은 정부로서도 큰 부담이다. 어떻게든 정부가 거래량을 늘릴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마땅한 대책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거래활성화 방안을 계속 강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그동안 정부가 거래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시장이 움직여주지 않는 데 대한 답답함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10ㆍ27 부동산대책의 경우 나름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모아서 냈는데 시장에서 별로 반응이 없었습니다. 올해부터 1가구 다주택자들에게 장기보유 특별공제도 인정해줬는데 마찬가지고요. 합리적으로 봤을 때는 시장에 영향을 미쳐야 하거든요. 장기간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주택을 처분하는 유인이 더 커져야 하는데 정부가 무슨 대책을 내놓아도 시장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박 장관은 부동산거래 활성화를 위해 관련전문가들과 계속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했지만 부동산 가격을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데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박 장관은 "부동산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보면 추가적인 가격상승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고 거래는 좀 더 돼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라며 "

정부가 할 수 있다면 분양가상한제를 없애든지, 재개발ㆍ재건축 규제를 낮추든지, 1가구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항구적으로 안 한다든지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을 텐데 아무튼 심리적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거라고 보는 시각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득세 과표도 손질할 것

박 장관은 올해 세제개편안을 만들 때 일자리친화적인 세제에 중점을 뒀다. 고용창출세액공제라든지 근로장려세(EITC)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 장관은 올 여름까지 마련할 내년도 세제개편안도 이 같은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올해를 겨냥해 세제를 개편했을 때 일자리 복지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세제를 만들려고 했다"면서 "올해도 방향은 비슷하게 가되 지난해에 했던 것 가운데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은 없는지 따져보고 보강할 게 있으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세제와 관련해 소득세 과표도 수술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물가가 많이 올라 과표구간을 상향 이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는데 충분히 논의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종합소득세 과표구간이 1,200만원부터 시작하는데 이를 올릴 경우 현재 42%인 면세자 비중이 50%까지 오른다는 반론이 있다"며 1,200만원 과표구간을 그대로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는 높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세는 낮은 수준"이라며 "소득세를 보강해야 균형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유류세 인하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박 장관은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더라도 유류세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대책은 시행하지 않고 아껴두겠다"고 했다. 유가급등으로 가장 타격을 받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유류세 인하는 최후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朴장관이 가져온 재정부의 조용한 변신

"대내외 환경 악화 대응하자"

연공서열·칸막이 문화 없애

창의적 정책 조직으로 쇄신

"이제 기획재정부에서 아랫사람을 닦달해 얻은 보고서나 읊고 통계수치나 달달 외우는 식으로는 견디기 힘들게 됐어요. 과거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으로 정책을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료가 기자에게 전한 요즘의 부처 내 분위기다. 재정부가 조용한 변화와 혁신에 나서고 있다. 겉으로 보이기 위한 장관 의전이 대폭 축소되고 연공서열에 가로막혔던 의사소통도 한층 유연해졌다. 조직 내 칸막이 문화에 메스가 가해지면서 서로 다른 국ㆍ실 간 협업이 강조되는가 하면 정책의 주안점도 현안 위주의 단기대책보다 중장기적인 구조개선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6월 부임한 후 차근차근 일으키고 있는 변화다.

경제정책 사령부인 재정부의 변신은 우리 정부가 직면한 대내외 환경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우선 사상 초유의 세계적 금융ㆍ재정위기가 연달아 터지면서 전통적 정책수단들이 무력화되고 있다. 재정부의 또 다른 고위관료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경제위기는 전세계적인 규모인데다 충격의 여파도 앞으로 10년간 지속될 수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처럼 거대하고 기나긴 위기를 겪어본 적이 없어 예전의 정책카드만으로는 묘수를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우리나라 내부적으로도 구조적 위기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저출산ㆍ인구고령화, 베이비붐 세대 은퇴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 전자ㆍ자동차ㆍ조선산업의 뒤를 이을 신성장동력의 미진함, 만성화된 물가상승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런 가운데 정책의 무게중심마저 서서히 정부에서 국회로 이동하는 점도 정부의 입지를 좁혀왔다. 국회가 2000년대 들어 예산정책처를 신설하고 입법조사처 조직을 보강하면서 정책의 주도권을 가져가려고 하는데다 여야가 입법권을 앞세우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과거 정책을 재탕삼탕하거나 칸막이식 관행과 단견에 얽매여 있으면 국정을 주도하기보다는 끌려다니기 쉽고 정책이 조변석개해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박 장관이 올해 들어 장기전략국을 신설해 긴 안목의 정책을 개발하게 하고 정책조정국을 예산을 책임지는 제2차관 휘하로 옮겨 타 부처에 대한 조율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물론 관가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정부 조직이 완전히 바뀔 수 있는 데 현정부 임기 말에 쇄신이 무슨 소용이냐"는 회의론도 나온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의 시야를 길고 넓고 유연하게 보자는 박재완식 조직쇄신은 의미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약력

▦1955년 경남 마산 ▦1977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88년 하버드대 정책학석사 ▦1992년 하버드대 정책학박사 ▦1979년 행시 23회 ▦1983년 감사원 부감사관 ▦1992년 재무부 행정사무관 ▦1994년 대통령실 비서관 ▦1996년 성균관대 행정학 교수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2007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부혁신규제개혁TF팀장 ▦2008년 대통령실 정무수석ㆍ국정기획수석 ▦2010~2011년 고용노동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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