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0~2세 무상보육 폐기] 맞벌이·전업주부 차등 지원… 월 524만원 이상 혜택 못받아

■ 보육체계 개편안 내용<br>가정양육 가능 전업주부 반일제 기준 지원 받아<br>소득 많은 맞벌이부부 10만~20만원 부담해야<br>보육정책 수시 변경 혼란… 장기로드맵 마련 필요

서초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원생들이 간식을 먹고 있다. 정부는 24일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 받는 보육지원체계 개편 방안을 내놓았다. /서울경제DB


정부가 만 0~2세 전면 무상보육에서 소득 상위 70% 선별보육 체계로 다시 돌아온 것은 지난 9개월간의 무리수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다. 막대한 재정이 투입됐지만 막상 어린이집 이용이 꼭 필요한 맞벌이부부 등 실수요층은 오히려 불편해졌다. 어린이집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굳이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는 전업주부 등의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부모가 아이 양육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이어졌고 보육이용료를 지원하던 지방자치단체는 예상치 못한 지출에 재정난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현행 무상보육 체계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했던 셈이다.

정부는 몇 가지 원칙하에 이번 보육체계 개편안을 마련했다. 복지부는 그동안 무상보육을 시행하며 ▦맞벌이 부모 등 실수요층의 보육시설 이용 어려움 ▦종일제 단일보육으로 불필요한 비용 지출 ▦부모의 선택권 고려 미흡 등의 문제가 있었고 이번 개편안은 이런 부분을 보안했다고 밝혔다.

◇소득 하위 70% 에 양육보조금…전업ㆍ맞벌이 차등지원=정부의 보육체계 개편안에 따르면 앞으로 만 0~2세 아동을 둔 가정은 ▦소득 수준과 ▦직장 유무(가정양육 가능성)에 따라 차등화된 지원을 받는다. 월소득 인정액이 상위 30%인 경우에는 영아의 연령에 따라 월 10만~20만원씩 지원되는 양육보조금을 받지 못하며 가정양육이 가능한 전업주부의 경우 종일제가 아닌 반일제 기준 시설보육료를 지원받는다.

예를 들어 모두가 12시간 종일제 시설보육을 선택할 경우 ▦소득 상위 30% 이상 전업주부 ▦소득 상위 30% 이상 맞벌이 부부 ▦소득 하위 70% 이하 전업주부 ▦소득 하위 70% 이하 맞벌이부부 순으로 더 많은 자기 부담금이 발생한다.

이번 결정에 대해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소득 상위 30%에도 양육보조금을 모두 지원하면 약 7,185억원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향후 부족한 부분을 차차 보충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월 소득 500만원의 경우 20만원 받고 600만원은 못 받아=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는 무상보육 체계하에서 사라진 소득기준이 다시 생겨났다는 점이다. 가정양육을 선택하는 부모라고 해도 소득이 많은 경우는 보조금을 못 받으며 불가피하게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하는 맞벌이 부모도 소득이 많다면 10만~20만원의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소득기준의 모호함도 문제다. 올해 월소득 인정액 소득 하위 70%선은 4인 가족 기준 524만원이다. 재산과 소득을 포함한 금액이 월 500만원이라면 만 0세 아동에 대한 2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을 수 있고 600만원이라면 지원 받지 못하는 셈이다.



백선희 서울신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모든 보육 혜택을 모든 계층에 골고루 줄 수 없다면 우선순위는 보육서비스가 꼭 필요한 계층에 맞춰져야 했다"며 "시설보육 서비스를 가장 필요로 하는 맞벌이 부부 계층이 단순히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전업주부에 비해 혜택을 덜 받는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보육서비스가 저소득층의 소득을 메워주는 것을 목표로 하는 복지서비스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시 소득기준을 집어넣었다는 것은 결국 정부가 얘기하는 보편적 복지에 역행하는 결정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서문희 육아정책연구소 기획조정실장 역시 "대부분 국가에서 보육지원체계는 여성의 근로형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예산상 문제가 있었겠지만 이런 부분을 차차 보완해갈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번 바뀌는 보육정책에 혼란, 장기로드맵 마련해야=이번 보육체계 전면 개편이 무상보육 실시 9개월 만에 이뤄졌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부모들은 "보육정책이 1년도 안 돼 바뀌는 걸 보면 내년, 내후년에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라며 "이번 개편안에서도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면 또 확 바뀌는 것 아니냐"며 혼란스러워 했다.

장기적인 목표를 그리지 않고 단기적인 정책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백 교수는 "이번 보육정책에서도 정부의 보육정책 목표를 발견할 수 없었다"며 "향후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거나 소득 하위 70%까지 지급하던 보조금을 언제까지 100%로까지 늘리겠다 등의 목표가 있어야 방향성이 잡히는 데 무엇을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정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없지는 않았다. 서 실장은 "한번 시행한 복지 정책을 되돌리려면 많은 반발이 있을 텐데 용기 있는 결정이었다"며 "가정양육을 선택하는 부모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이번 개편안은 지금까지 잘못됐던 방향을 바로잡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