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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코리아' 뿌리째 흔들린다
입력2004-10-10 17:15:04
수정
2004.10.10 17:15:04
정부 무관심속 투자위축 겹쳐 중소장비업계 수주 급감<br>70% 개점휴업… 우량中企 매물도 수두룩
'IT코리아' 뿌리째 흔들린다
정부 무관심속 투자위축 겹쳐 중소장비업계 수주 급감70% 개점휴업… 우량中企 매물도 수두룩
中등 저가 수주 판쳐 일감 따내도 빚만 늘어
‘IT강국 코리아’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 초고속인터넷ㆍ이동통신 강국의 토대였던 중소 장비업계가 정부의 무관심과 통신사업자의 투자위축으로 붕괴 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다.
초고속인터넷 장비 제조업체인 A사의 이 모 사장은 올들어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때 잘 나가던 7~8개 장비 업체들로부터 인수 제의를 받았다. 대부분 “부채만 떠안아주면 조건없이 회사를 넘길 테니 회사를 사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가뜩이나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무리수를 둘 수 없어 모두 거절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2만여 IT 벤처ㆍ중소업체 가운데 네트워크 관련 장비업체는 3,000~4,00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 가운데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는 곳은 절반이 채 안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최근 광대역통합망(BcN) 구축사업의 현황 파악을 위해 실시한 실태조사는 더욱 충격적이다. 200개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관련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50여 곳에 불과하고 4분의 3이 ‘개점휴업’ 상태거나 다른 업종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이처럼 벼랑 끝으로 내몰린 것은 지난 2001년 이후 통신사업자들의 망(網) 투자가 줄어든 데다 두루넷ㆍ온세통신 등이 법정관리 등을 겪으면서 수주물량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현재 네트워크 장비시장 수주물량은 2000년의 절반 수준 밖에 안될 것”이라며 “그나마 중국 등 외국 업체들의 잇따른 시장잠식으로 사업 수주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소연했다.
통신사업자들의 횡포도 장비업계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모 통신사업자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납품대금을 무려 12개월짜리 어음으로 끊어주는 사례도 있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은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조차 찬밥 신세여서 구조조정마저 쉽지 않다. M&A전문펀드 운용회사 관계자는 “상당수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매물로 나와 있지만 시장환경이 워낙 안 좋아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단기간에 IT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춘 중소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업계가 이대로 무너질 경우 IT코리아 역시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두환기자 dhchung@sed.co.kr
입력시간 : 2004-10-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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